Art & Technology #11: STARTS
예술과 과학 융합 프로젝트
ICT & Art Connect – the stARTS platform

과학•기술에 예술 더하기

사회 전반이 침체되어있는 듯한 낡은 유럽의 분위기 속. 예술가의 창의성이 기술, 과학, 교육, 사회 전반에 신선한 물고를 터주길 기대하며 만들어진 예술+과학 융합 프로젝트 ‘Starts’가 지난 삼 년 전부터 유럽연합 본부에서 전 세계 능동적인 예술가와 이론가, 과학자들을 끌어모으며 부푼 기대 속에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예술가의 상상력을 현실에 이용하여 보다 발전적으로 사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과학 융합 프로젝트로, 자연과학 이론 안에서만 정답을 추구했던 첨단과학기술을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감성과 만나도록 유도하여 혁신적이고 진화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Starts’는 국경의 구분 없이 전 세계 예술기관과 기업, 개인연구를 포함하여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재들을 매년 선정해 함께 연구토록 하는 글로벌 협동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을 실험하고 선보여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는 전시가 매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아트센터(Bozar Art Center)에서 ‘Electronic Art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열립니다. 이 안에서 예술가들은 미술, 음악,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의 구별 없이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과 연계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또한, 보다 전문적인 정보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심포지엄이 함께 진행됩니다. 일 년 동안 연구된 그들의 성과를 발표하여 지식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낸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나누고, 앞으로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논의하여 검토해보는 자리인데요, 가장 위엄 있는 뉴미디어 아트 축제인 오스트리아 린즈(Linz)의 ‘Ars Electronica,’ 벨기에 겐트(Gent)의 리에디트-미센(Liedts-Meesen) 재단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보다 생생한 실험예술의 흐름을 공유하여, 자칫 새로운 과학기술의 향연을 선보이는 데만 치중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리에디트-미센은 ‘Starts’ 프로젝트 담당자 랄프 덤(Ralph Dum)에게 예술과 과학의 융합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공한 곳입니다. 그들은 오늘날의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에 주목하여, 전통 예술의 공허함을 채우고 세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뉴 테크놀로지 미술상(New Technologies Art Award)’을 제정했습니다. 격년으로 열리는 시상을 통해 선출된 작가들은 자유로운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신기술과 결합된 혁신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데요. 수상자 중 한국에서도 여러 전시를 통해 잘 알려진 오노레 도(Honore d’O)도 있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적절한 융합으로 신비한 미지의 세계로의 나침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리에디트-미센 재단은 ‘Starts’ 프로젝트의 모태라 할 수 있습니다.
융합, 혁신을 향한 발돋움

사실, 오늘날 ‘융합’은 이미 모든 분야에서 대세라 할 만큼 쉽게 듣는 명제입니다. 인문과 과학, 기술과 예술 등 모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서로 합쳐져, 제3의 분야를 창조하는 21세기 혁신 학문분야가 됐지요.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철저히 세분화되어 있는 과학 분야를 통합하고 과학뿐 아니라 사회, 인문학, 예술 및 종교 등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는 ‘지식의 대통합: 통섭’ 이론을 1998년에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통섭이란 그동안 구분돼 있던 지식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한 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여 미래지향적인 가능성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제, 지난 20세기가 과학의 기술력과 지식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오늘날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본으로 하여 출발하는 여러 분야의 융합과 그간 산업발달에만 치우쳐 소홀히 대해지던 자연에 대한 중요성의 재인식이 중요 관건이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로 CD 발명가로 알려진 일본의 노리오 오가(Norio Ogha)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오가는 사실, 단순 발명가가 아닌, 도쿄 미술-음악 대학의 수업을 모두 경청했던 오페라 음악의 마니아였으며, 비행기 조종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 꾼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진정한 이 시대의 융합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잡스가 이러한 그를 자신의 창조적 혁명의 모토로 삼은 까닭은, 기술에 국한된 개발은 어느 정도 삶에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으나, 삶에 빛을 주는 문화적 풍요로움을 더하지는 못한다는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애플사는 그의 사명을 인류애 안에서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기술력의 결합으로 삼고 있습니다. 세계를 제패하는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두를 발굴하고, 관련 지식을 창출, 공유, 확산하여 새로운 시너지의 극대화를 유도해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통섭 이론의 목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애플사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성공은 기술력을 앞세우는 단순한 발명의 결과가 아닌,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꿈의 실현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혁신을 위해 필수적인 자유로운 예술 - 스티브 잡스(Steve Jobs) -

즉,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초한 융합은 과학과 기술을 감성적 예술로 승화시켜 인간의 삶을 문화적으로 더욱 윤택하게 합니다. 예전엔 신제품이 과학기술에 의해 개발되면 그 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그러나 이제 창의적인 디자인이 우선시되고 그것을 실현하는 기술력이 뒷받침되거나, 그 둘이 합쳐져 이루어내는 융합형 제품 생산의 형태들이 대부분입니다. 창의적이지 않은 상품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폴 발레리(Paul Valery)는 “예술과 과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서로 떨어질 수 없고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습니다. 예술은 인간 내면의 마음과 정신을 창조활동을 통해 표현해냅니다. 반면에 과학은 자연의 이치를 합리적인 원리와 이론을 통해 풀어나가지요. 예술은 심미성과 감수성을, 과학은 호기심과 탐구심을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늘 자신의 창조활동 수단이 되는 방법 안에서 과학을 받아들여 왔습니다. 반면에 과학자는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는 문제 제기의 과정에서 창조적인 시각을 필요로 합니다.
예술과 과학의 최초의 융합형 인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기계와 그림, 음악과 해부학, 식물학과 광학, 철학 등에 고른 재능을 보이며 이를 적절히 아우르는 천재성을 발휘했고, 미술과 기술, 과학의 융합을 통하여 인류 발전에 공헌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실현한 아티스트들

예술가들은 아이디어와 가치를 물리적 형태(그리고/혹은 과정)로 전환시킨다
-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liasson) -
그동안 ‘Starts’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표적인 작가로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liasson), 로이 애스콧(Roy Ascott), 에릭 조리스(Eric Joris), 로라 벨로프(Laura Beloff)가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고문이기도 한 엘리아슨은 ‘날씨프로젝트(Weather Project),’ ‘폭포(Waterfalls)’ 최근 선보인 공간과 빛의 관계를 다룬 ‘콘택트(Contact)’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이 작품 안에 직접 투입되어 인식과 감각의 극대화를 경험하고 물리적, 신체적으로 작품과 긴밀히 소통하는 상황의 장을 제공합니다. 과학의 힘을 빌어 빛, 물, 에너지, 시간, 공간, 건축표면의 크기, 결정체를 새로운 모양으로 변형시켜 보는 이에게 낯선 새로운 감각을 선사합니다. 작가의 작업장은 여느 과학자의 실험실을 연상케 할 정도이며 그의 작업은 과학기술과 상상력의 밀접한 연관관계에 의해 실현됩니다.
Art & Technology: Olafur Elliasson – 빛, 파장, 온도의 지배자 올라퍼 엘리아슨의 이야기를 살펴보세요
바로가기 >
베니스 비엔날레, 상하이, 파리 등 서울에도 소개된 적 있는 애스콧은 인공두뇌,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창작세계를 선보이는 영국 작가입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가이아의 양상(Aspects of Gaia)>은 네트워크 정보망으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으로, 정보기억매체에 의한 새로운 공간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예술가, 음악가, 과학자들이 전자 네트워크에 의해 연결되어 상호 교류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들의 과학적, 문화적, 정신적, 신화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융합된 대지(가이아)의 이미지들이 한꺼번에 중첩되어 보입니다.
예술과 과학, 퍼포먼스와 뉴 테크놀로지 사이에서 탄생하는 새로움을 선보이는 단체 크루(CREW)의 수장인 에릭 조리스(Eric Joris)는 ‘살아있는 예술(live-art)’ 프로젝트를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전자와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설치가 주를 이루는 그의 작업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여 새로운 사고방식과 서로 소통하여 만들어내는 독특한 예술 경험을 제공합니다. 절대적이지 않고 변화를 허용하는 열린 미학의 현장입니다.

<부록(Appendix)>이라는 실제 착용 가능한 네트워크 로봇 꼬리를 선보인 로라 벨로프(Laura Beloff)는 몸과 기술, 인간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과의 관계를, 몸에 기술적으로 첨가된 부속물들을 통해 표현합니다. 작품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안에서 인간의 감정과 몸에 직접 투입-연결되어 신체 일부가 되는 기술의 잠재력들에 대해 시험해 보는 것으로, 인체네트워크기술과 조합된 물리적 세계의 하이브리드 공간 내에 존재하는 상황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타인, 사물, 자연과 같은 다양한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의존성과 그와의 연결에 주목합니다. 또한, 작가는 꼬리의 움직임이 여러 가지 다른 연결들에 의해 제어되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간의 개체 연결이 미래기술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실현을 가능케 하고 더욱 지평이 넓혀진 작업으로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며, 과학자에게는 자유로운 컨텐츠의 다양화를 통해 보다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희망합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세계 경기침체를 벗어나, 제2의 실리콘밸리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그 중심에 유럽연합의 ‘Starts’ 프로젝트가 자리하길 기대합니다. ■ with ARTINPOST
-
Davide Quayola <Strata #1> Video Installation 2014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
-
ICT ART CONNECT 13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 Photo Courtesy Fernando Vaz das Neves
-
2014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 Belgique Bruxelles
-
ICT ART CONNECT 13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 Photo Courtesy Fernando Vaz das Neves
-
Jean-Michael Arbert & Ashley Fure <Tripwire> Installation View at 2014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
-
CREW(Eric Joris) 'Live-Art' Project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
-
Act(Michel & Andre Decosterd) <Pendulum Choir> 2014 BOZAR Electronic Art Fest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