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Technology #26: 로보틱 아트
다양한 관점과 갈래


발전을 거듭한 테크놀로지는 로보틱 아트라는 놀라운 장르를 탄생시켰습니다. 예술가는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거쳤고, 로봇기술은 예술의 표현력 증대에 큰 역할을 미쳤습니다. 그만큼 예술에 등장하는 로봇 형태와 목적은 상당히 다양해 단순히 ‘로보틱 아트’로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알렉스 지바노비치(Alex Zivanovic)는 사이버네틱 조각가(cybernetic sculptor) 에드워드 이나토비츠(Edward Ihnatowicz)와 함께 그의 작품 <센스터(Senster)>에 관한 동명 웹사이트(www.senster.com)를 운영하며 ‘예술에서의 로봇’에 관한 개념을 다어어그램을 통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이곳에서는 로봇 작동 예술(Robot Generated Art), 사이버네틱 조각(Cybernetic Sculpture), 혹은 아티스트 스텔락(Stelarc)으로 대표되는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 등을 로보틱 아트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브라질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유전 공학을 활용한 바이오 아트(BioArt)의 대표적인 작가인 에두아르도 칵(Eduardo Kac)은 과학과 산업에서 말하는 로봇과 예술에서의 로봇은 그 정의 자체가 다르다며, 로보틱 아트를 기술함에 있어 어려움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로보틱 아트의 범위는 넓고 광범위하며, 많은 갈래가 있습니다. 바라보는 관점 또한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돼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와 방식이 존재하는 로보틱 아트의 범주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기술로서의 로봇

로봇이라는 첨단기술을 예술 재료로 활용하는 경우입니다. 프로그램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관람객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설치미술, 컴퓨터, 센서, 액츄에이터 등을 이용한 예술이 이에 해당합니다. 로보틱 기술을 사용한 소프트웨어로 관람객에게 직접 의미를 전달하는 이러한 매체는 움직이는 예술인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연장선에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술공학적인 장치 또는 관람자의 접근이나 소음 등 주변 자극에 반응하는 예술작품을 지칭하는 사이버네틱 아트(Cybernetic Art)도 로봇을 기술로 사용한 예술입니다. 넓게는 사운드 아트, 미디어 아트 등에서도 로봇의 기술력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로봇은 현대미술에서 다양한 표현기법을 가능토록 해 예술의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자연물과 기계 장치를 연결해 기계와 사물의 존재성을 탐구하는 레베카 혼(Rebecca Horn)도 로봇기술을 활용해 예술성을 찾아내며 로보틱 아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입니다. 도입부에 언급한 스텔락은 로봇 기술을 이용한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빌 본(Bill Vorn)이 2002년 선보인 <Hysterical Machines>도 로보틱 아트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객체 혹은 주체로서의 로봇

한편, 백남준의 작업처럼 로봇을 예술의 개념, 소재, 오브제 등 객체로 활용하는 예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세기 초반부터 제작된 공상과학 영화를 바탕으로 기계, 로봇, 인간 삶에 대한 연대기 <Make/Real>(2010)를 만든 비르길 비트리히(Virgil Widrich), 인공 팔과 다리로 구성한 기계장치로 만든 작업을 통해 기계적 움직임을 군무 형태로 변환한 피터 윌리엄 홀든(Peter William Holden)의 작업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전자가 객체적 측면에서 로봇에 접근한 것이라면 후자는 창작자, 즉 주체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로봇입니다. 로봇이 예술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예술가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로봇이 직접 예술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창작자 혹은 로봇의 속성을 담은 행위자로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인간과 술을 같이 마실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술에서 로봇은 작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예술가의 모습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로봇이 청소 등 단순 노동을 할 수는 있지만, 창작활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여겼습니다. 여기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선보인 <로봇 에세이>전의 패트릭 트레셋(Patrick Tresset)의 작업을 기억해 볼까요. <폴이라는 이름의 다섯 로봇>(2012)에서 로봇 폴은 화가가 됩니다. 관람객을 모델로 드로잉을 완성하며, 예술가를 대신해 창작자 역할을 하는 로봇의 등장은 획기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우려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로봇과 예술을 넘어서

이와 같이 로봇 개념의 접근엔 나름의 방식과 분류법이 존재합니다. 로봇을 통한 다양한 예술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로보틱 아트의 정의와 분류는 로봇의 신화적, 어원적, 산업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습니다. 쉽사리 정의 내릴 수도 없고, 내려서도 안 됩니다. 어떠한 맥락을 취할지는 개인의 몫입니다. 하지만 예술가가 꾸준히 다양한 실험을 거친다면 다시금 새로운 예술이 생겨나리라 생각합니다. 로봇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다양한 영역과 분류를 살피는 것은 의미 있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실험과 관심 속에서 새로운 층위의 로보틱 예술이 탄생할 것입니다.

2016년 봄, 한국 바둑천재 이세돌과 미국 바둑로봇 알파고의 결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 알파고의 등장도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로봇은 더 세밀하고 다양하게 진화할 것입니다. 로봇과 인간은 철학적, 윤리적, 그리고 예술적으로 공존해야 하고 그럴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동안 예술가도 로봇 개념에 기대 다양한 갈래로 예술적 상상력을 펼쳤습니다. 인간의 창작활동이 기계의 영역과 교차할 수 있을까요? 테크놀로지가 눈 깜짝할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고는 해도, 예술가의 상상력은 언제나 한발 앞서 그 이상을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꿈과 로봇의 기술력이 예술작품을 통해 찬란히 드러나길 바랍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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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att Niehaus still from <Body Assembly – White Exteriors> 2014
Video, color, silent; 2:52 min. Collection of the artist Image courtesy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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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ita Husni-Bey still from <After the Finish Line> 2015
Video, color, sound; 12:53 min. Collection of the artist; courtesy Galleria Laveronica, Modica Image courtesy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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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Da Corte = with Jayson Musson <Easternsports> 2014
Four-channel video, color, sound; 152 min., with four screens, neon, carpet, vinyl composition tile, metal folding chairs, artificial oranges, orange scent, and diffusers. Score by Devonté Hynes. Collection of the artists; courtesy David Risley Gallery, Copenhagen, and Salon 94, New York. Installation view,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14 © Alex Da Corte;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University of Pennsylvania Image courtesy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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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UniAddDumThs> May 25-July 16, 2016, Gavin Brown’s enterprise, Sant’Andrea de Scaphis, Rome.
Image courtesy Mark Leckey and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Rome. ⓒ Mark Leckey Image courtesy of Museum of Moder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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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k Tresset <5 Robots Named Paul> 2012
Robotic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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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l Widrich <Make/Real> 2010
6mins video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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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arc <Extended Arm> 200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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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ricia Picinini <The Welcome Gues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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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de Marynowsky <The Discreet Charm of The Bourgeois Robot 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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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nn Hershman Leeson (b. 1941), X-Ray Woman, 1963.
Acrylic, graphite, and ink on canvas, 36 5/8 x 19 1/4 in. (93 x 48.8 cm). Collection of the artist; courtesy Bridget Donahue Gallery, New York © Lynn Hershman Leeson; photographs by Marc Brems Tatti; images courtesy Bridget Donahue Gallery, New York, Museum of Moder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