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Technology #3: 올라퍼 엘리아슨
과학으로 재현한 대자연
빛, 파장, 온도의 지배자 올라퍼 엘리아슨


공간에 안개와 빛, 습도, 그리고 토양과 얼음, 이끼, 바람 등을 끌어들이며 하나의 완벽한 자연을 재현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지각 심리체계와 자연세계 뿐 아니라 과학에 기초를 둔, 혁신적인 작품들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학을 영감의 근원으로 이용합니다. 그것은 굉장히 단순한 전통적인 방식입니다.”라고 스스로 말하는 작가는 지난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의 <The Weather Project>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습니다. 테이트의 거대한 동굴 같은 터빈 홀에 자욱한 수증기와 단색파장 전구 구조물, 그리고 천정을 가득 메운 알루미늄 포일 반사판으로 북구의 백야와 같은 일몰의 장관을 연출한 <The Weather Project>는 자연 현상 재현 작업의 결정판이었습니다. 천정에 비스듬히 매달린 거대한 원형의 거울이 살짝 기울어진 채로 바닥을 반사시킬 때 관람객들은 어른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 전시장에 서서, 혹은 바닥에 누워서 응시했습니다.
2003년 테이트 모던 연출됐던 이 광경은 2008년 6월, 뉴욕 MoMA와 P.S.1에서 개최된 엘리아슨의 순회전 <Take Your Time>에서 다시 재연됐습니다. 과학을 근거로 미술관 안에 대자연을 끌어들인 작가에게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호응이 집중됐지만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내 작업 아이디어는 그다지 색다를 것이 없는 탈 물질화, 비 객체화이지만 그 가운데서 관람객과 현상학적인 법칙들을 보고자 한다”며 “관람객의 참여(Involvement)와 작품의 일시성(Temporality)이 나의 지속적인 관심사”라고 강조했습니다.
테크놀로지로 완성된 해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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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 덴마크 미술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그는 북극에 인접한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배낭여행하면서 활화산, 간헐천, 극광, 안개, 눈보라가 빚어내는 북극의 신비로운 대자연의 풍광에 매료됐고 그것에서 작업의 모티프를 발견했습니다. 지구를 흙, 물, 공기, 불의 4원소로 이루어졌다고 파악하는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그의 작업은 자연의 원소들과 그것들이 발현되는 환경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 이끼, 얼음, 빛, 파장, 온도, 그리고 무지개들은 그가 설치 작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이자 소재들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과학의 물리적인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상과 그것들의 근원이 되는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제작한 그의 초기 작품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은 <Beauty>(1993)입니다. 이 작품은 전시장 천정에 거꾸로 매달린 물 분무기에서 아래로 미세한 물방울을 안개처럼 뿜어내고, 농도 짙은 연무에 메커니즘을 가동해 허공에 영롱한 무지개를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관람객은 온 몸으로 서늘하고 습한 촉각적 자극을 받고, 북극광을 연상시키는 물 위의 기름띠 같은 일그러진 무지개는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
또 다른 작업 <Moss Wall>(1994)은 이끼를 벽 전체에 이식하고 증식시켜 성장하고 번식하면서 색과 형상을 바꾸는 추상회화와 같은 느낌을 주게 한 설치 작품이며 1996년에는 실내 폭포와 순간 강하게 빛을 발하는 스트로보를 사용하여 공중에 산산이 부서져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순간적으로 얼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Your Strange Certainty Still Kept>를 선보였습니다.
이렇듯 과학적 원리와 도구를 사용하여 자연의 현상을 증폭시키거나 원래의 자리를 바꾸어 버려 모방을 넘어서는 초현실적인 유사자연을 창조해 낸 그는 1998년 LA, 스톡홀름, 도쿄에서 <Green River>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환경에 무해한 녹색 염료를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강물의 상류에 몰래 풀어 놓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강물이 온통 녹색으로 변한 이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에 대하여 도시 전체에서 엄청난 토론과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1999년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미술관 지붕에 단색광 전구들로 일몰의 태양과 같은 형태의 빛 구조물 <Double Sunset>을 설치하여 도시의 지평선 너머로 마치 두 개의 태양이 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여 세기말의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이 반원형 구조물이 곧 2003년 <The Weather Project>에서 재연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뉴욕의 이스트 강에 <The New York City Waterfalls>라는 작품으로 4개의 높이 30~40m, 폭 27m~37m에 이르는 거대한 폭포를 설치한 바 있습니다. 한편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에서 발표한 설치작품 <Lava Floor>(2002)는 화산지대에서 채취한 용암 슬러지를 미술관 바닥 전체에 깔아 놓고 군데군데 연기를 피어오르게 한 덕분에 관객들은 전시장에서 화산지대를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미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다

현상의 조작 또는 번안을 통해 대자연의 스케일로 작품을 완성하는 그는 프리즘, 렌즈 등 광학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더 나아가 망막의 미세한 감각을 일깨우는 장치들을 발명했습니다. 그는 작품 <I Only See Things When They Move>(2004)를 통해 또 하나의 영역을 선보였는데, 램프를 둘러싸고 회전하는 컬러 필터와 유리 프리즘의 굴절효과가 합하여 실내 벽면에 영롱하고 투명한 형형색색의 띠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작품은 예술과 과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2006년의 작품, <Your House>는 덴마크 헬레러프에 있는 그의 집 내부공간을 1/85 스케일로 MRI단층 촬영 기법처럼 얇게 쪼개고, 각 단면을 크기 27.3×43×10cm, 454 페이지의 두꺼운 책 종이 위에 정교하게 레이저 컷팅하여 다시 겹겹이 쌓아 올린 북 아트 작품으로 총 225권이 제작되었으며 제작비를 지원한 뉴욕 MoMA에서 140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엘리아슨은 엔지니어 프레드릭 오티슨(Frederik Ottesen)과 함께 전 세계 전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Little Sun’을 개발했습니다. ‘Little Sun’은 그 해 런던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테이트 뮤지엄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전 세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바위가 가득한 풍경 속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돌을 표현한 엘리아슨은 오는 2월 중순까지 루이비통 미술관에서 개인전 ‘컨택트’를 개최합니다.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에서 열린 2002년 전시 이후 프랑스에서 열리는 엘리아슨의 개인전은 움직이는 빛과 어둠의 향연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마치 암흑 같은 우주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통로에 설치된 작은 옵티컬 기구들을 통해 감각의 체계와 우주의 구조 속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컨택트는 우리의 감각과 지식, 그리고 우리의 상상과 기대의 끝자락에 무엇이 있는지 일깨워준다. 이는 알지 못하는 것(unknown)과 아는 것(known)을 구분하는 경계를 나타내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과학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을 통해 터득한 반복, 조화, 통일이라는 조형의 원리를 실천하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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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tills of Your embodied garden>
2013 Produced by Studio Olafur Eliasson, Berlin; and Vitamin Creative Space, Guangzhou ⓒ Olafur Elia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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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Weather Project>
Tate Modern's Turbine Hall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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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Colour Spectrum Kaleidoscope>
at P.S.1 in 2008 Color effect filter, stainless steel 75×75×200cm David Teiger Courtesy of MoMA P.S.1 ⓒ 2008 Olafur Eliasson Photo: Matthew Sept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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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Model room>
2003 Photography Courtesy of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Humleaekk ⓒ Anders Sune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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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Riverbed>
2014 Photography ⓒ Anders Sune Berg Courtesy of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Humle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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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a Kaleidoscope(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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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ct>
2014 Photo: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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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infinity(detail)>
2014 ⓒ Olafur Eliasson Photo: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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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 for unthought thoughts>
2014 ⓒ Olafur Eliasson Photo: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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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Sun>
2012 Solar-powered lamp ⓒ Olafur Elia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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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Surveyor>
2012 Stainless steel, mirror, colored glass(yellow), colored filter glass(magenta), mirror 94.4×96.2×20.1cm Courtesy the artist and PKM Trinity Galley ⓒ 2012 Olafur Eliasson
Profile

올라퍼 엘리아슨은 196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1997년 이래 코펜하겐과 베를린에 거주하며 전 세계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덴마크관 작가였고, 그 해 후반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Weather project’를 설치했습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FMoMA)에서 진행한 전시 ‘Take your time: Olafur Eliasson’은 2010년까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포함한 다양한 곳을 순회했습니다. 대중들을 위한 엘리아슨의 프로젝트로는 1998년에서 2001년 사이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한 ‘Green river’, 제틸 토센(Kjetil Thorsen)과 함께 디자인한 ‘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07’ 등이 있으며 퍼플릭 아트 펀드(PAF)가 의뢰한 ‘The New York City Waterfalls’는 2008년 여름 동안 맨해튼과 브루클린 해안가를 따라 설치됐습니다. 2013년 현대 건축 미스 반 데 로에 어워드(Contemporary Architecture Mies van der Rohe Award)에서 유럽 연합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