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Technology #18:
LACMA의 아트+테크놀로지 프로젝트
인간과 기술에 대한 관계 탐험의 발걸음


최근 느닷없는 바둑 얘기로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시끌벅적합니다. 알파고(AlphaGo) 때문입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의 계열사인 딥마인드(Deep Mind)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2016년 3월 13일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3연승을 따내 사실상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경악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4족 보행 로봇과 인간처럼 직립 보행하는 로봇의 시연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구글 산하의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도 근래 충격적인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전원 케이블을 제거하고 독립적으로 눈밭을 직립 보행하는 로봇의 시연 동영상은 이제 로봇이 나보다 눈길을 잘 걷는구나 라는 감상부터, <터미네이터>의 T-800이 눈앞에 있구나 하는 우려까지 다양한 감상을 자아냈습니다.
기업에 의한 자본과 기술의 결합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가능성과 더불어 위험성도 함께 불러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술을 지배하느냐,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느냐’라는 이분법을 떠나서 기술에 대해서 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진행해야 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이를 위한 방법론 중 하나가 기술과 예술과의 연계와 결합입니다.
LACMA의 아트+테크놀로지 프로젝트

또 다른 기술과 예술 간의 관계에 대한 활동이라면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예술-기술 관련 프로젝트로서 LA 카운티미술관(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LACMA는 로스엔젤레스라는 위치적 특성을 살려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 연구해 왔습니다. 또한 인근의 실리콘벨리(Silicon Valley)와 각종 영상 기술 분야 산업기반 지역이 인접한 지역적 특성다운 기술과 예술의 융합과 양자의 결합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궤적을 탐구해 나가고 있는 문화 기관입니다.
이 LACMA에서 주목할 활동은 바로 201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Art + Technology Lab (이하 A+T Lab)>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LACMA의 큐레이터 마우리스 투크먼(Maurice Tuchman)이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진행했던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후원 프로그램의 한계를 넘어 예술가와 기업의 만남을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야와 나아갈 길을 만들어 나가려는 취지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A&T 프로그램의 50주년이 다가오던 2013년, LACMA는 이 기술과 예술의 만남의 장을 다시금 열기로 결정하고 당시 리모델링했던 발크 도서관(Balch Research Library)에 A+T Lab을 개설했습니다.

이곳 A+T Lab에서는 액센츄어(Accenture), 구글(Google), 스페이스X(SpaceX) 등 정보통신과 항공우주 관련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30명의 예술가와 기술 관련 인원들이 함께하며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해 작가 공모를 진행하고,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작가지원비와 더불어 각 첨단산업 기업들의 기술지원, 스튜디오 공간지원을 비롯하여, 진행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인터뷰, 포럼, 전시 등 다양한 지원과 여러 채널을 통한 공유 등을 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LACMA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였고 파트너십 <The Hyundai Project: Art + Technology at LACMA>의 일환으로 A+T Lab 후원에 참여하여 예술가들의 예술 그리고 기술에 대한 탐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예술-기술 / 예술-기업의 새로운 관계 탐구지점, <Art + Technology>

1966년, LACMA의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었던 모리스 투크먼(Maurice Tuchman)은 <A&T, Art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과 예술, 기술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계와 방향성을 재고하는 기획 의도 아래 산업 분야에 생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가들을 찾아 선정하여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진행했던 프로그램입니다.
투크먼은 작가에 대해 자금 또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지원이 가능한 캘리포니아 소재 기업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967년, 그는 총 250개 기업에 접촉하여 37개 기업이 참가를 희망했고, 40개 기업이 관련 진행을 위임했습니다. 이후 그는 미술관 위원회와 함께 미국과 유럽지역의 미술을 비롯한 음악, 문학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작가들을 선정했고 이후 공식석상에서 이들 리스트를 발표한 이후에도 많은 작가들이 지원을 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작가 선정 이후 그는 그의 동료 큐레이터 제인 리빙스턴(Jane Livingston)과 함께 본격적으로 선정 작가와 기업 간의 매칭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들은 이러한 예술 지원 프로젝트가 단지 기업에서 예술가들에게 ‘물질적인 지원’으로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질적, 기술적 지원을 하는 기업들이 스폰서로서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는 한편 기업들에게는 영향력과 창의력 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그들의 이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세부 기획단계에서부터 물리적인 단계까지의 세심한 조율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미술관 내부 프로그램으로서뿐만 아니라 이들 프로젝트가 일반인들과 다른 기업들에게 좀 더 폭넓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같은 해 진행된 오사카 엑스포(1970 Osaka World Exposition)의 미국관 전시로서의 기획도 병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앤디 워홀(Andy Warhol),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등 당대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각각 항공우주, 기술, 역학 등 다양한 기술산업 분야의 회사들(Rand Corporation, Hudson Institute, Garrett Corporation 등)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미술관의 전시장과 엑스포의 국가관에서 소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과 예술과의 관계와 이들의 융합이 가질 수 있는 시너지를 제도적으로 보여준 본격적인 사례로서 미술과 기술의 영역에 그 족적을 깊게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의미와 시도가 오늘날 기술의 대두와 함께 다시금 LACMA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재 <Art + Technology Lab>의 Year 2 참여 작가 Nonny de la Peña, Alex Rivera, Cayetano Ferrer, Jonathon Keats, Nana Oforiatta-Ayim, ScanLAB(Matthew Shaw, William Trossell)가 그들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물인터넷, 생물학적 데이터, 증강현실, 환경분야,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부문 등 오늘날의 기술 이슈와 관련된 작업을 진행하며 LACMA에 제안서를 제출하여 선정된 작가들입니다.
모두가 빠른 비트의 테크노 음악을 들으며 가속하고 있을 때, 끼어드는 또 다른 선율은 속도를 늦추며 방해하기보다는 미쳐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다른 영역을 볼 수 있게 하는 방해 아닌 방해입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식할 수 있는 시야는 좁아집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적이지 못하고 엉뚱할 수 있는 시도는 반대로 발전 논리가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찌르고 도출시킬 수 있습니다.
나아가는 속도가 다른 기업과 예술이 만났을 때, 이전에는 시야 밖에 위치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가능성의 영역이 눈에 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기술만능의, 사람들의 예측을 넘어서는 발전과 결과물을 끊임없이 내 놓는 오늘날의 기술문명 사회에서 이러한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남다른 의의를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LACMA라는 예술을 대표하는 제도권 기관 중 한 곳과 기술분야의 기업들이 만나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의 경과가 기대됩니다. ■ with ARTINPOST
<The Hyundai Project: Art + Technology>에 대해 더 알아보기
바로가기 >LACMA의 Art + Technology Lab 홈페이지
바로가기 >-
Maurice Tuchman Cover Image of 'A Report on the Art and Technology Program' of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1967-1971 New York: Viking,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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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on Keats modeling a pair of sunglasses of his design whose lenses dilate in time with his breathing
Photo ⓒ Jonathon K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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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es Oldenburg Installation view of <Giant Icebag> at LACMA's <Art and Technology> exhibition in 1971 (Museum Associates / LAC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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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project 'Rain Machine' for the Art & Technology Program at LACMA, 1969-1970
Photo ⓒ Tami Komai Courtesy Museum Associates-LACMA, Photographic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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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m International <Rain room> 2012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Y ⓒ Random International Photo courtesy Random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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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er LACMA curators Jane Livingston and Maurice Tuchman discuss the ganzfeld concept with artists Robert Irwin and James Turrell The term was initially used to describe the state of blindness experienced by arctic explorers in whiteour and later by pilots flying through fog
Photograph ⓒ Malcolm Lubl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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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Turrell <Light Reignfall> 2011
Gift of Hyndai Motor as part of The Hyundai Project: Art+Technology at LACMA in honor of the museum's 50th anniversary ⓒ James Turrell
Photo ⓒ Florian Holzherr -
Robert Irwin <Miracle Mile> 2013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Hyundai Motor as part of The Hyundai Project: Art+Technology at LACMA in honor of the museum's 50th anniversary ⓒ Robert Irwin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Photo ⓒ 2015 Philipp Scholz Ritter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