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16: 수잔 게인즈헤이머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디렉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이하 MMK)는 한 도시에 세 곳의 브랜치를 세우며 현대미술계에서 자신들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모두 2009년 수잔 게인즈헤이머(Susanne Gaensheimer)가 디렉터로 부임하며 실현된 것입니다. 1960년대 작품부터 바로 지금의 예술 작품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세 공간에 분산해 전시함으로써 더욱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를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MMK 본관을 중심으로, 테뉴어스 텀(Taunus Turm)이라는 부동산업자가 15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준 건물인 MMK2는 후원과 개인 메세나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미술관의 좋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1927년대의 오래된 빌딩을 리모델링 한 MMK3 역시 주로 독일에서 드물게 소개되었지만 주목할만한 작가들의 개인전을 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재단 등 다양한 기관과의 공동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MMK의 수장으로, 큐레이터, 교육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게인즈헤이머를 만나보았습니다.
멋진 소장품과 전 세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우리와 일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을 갖는 것이 MMK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 수잔 게인즈헤이머 -

Q. MMK에 갓 부임한 후인 2008년에 가진 인터뷰에서 “내 우선 사항은 컬렉션 작업”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진행된 컬렉션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다양한 국적을 둔 작가들의 5,000여 점의 넘는 작품들로 구성된 MMK 컬렉션은 단순히 규모가 큰 것뿐 아니라, 그 수준이 높고 다채롭습니다. 미술관이 시작할 때부터 모든 형식과 재료를 아우르는 국제적인 미술에 집중해온 덕입니다. 1990년대 초에 독일 미술관 중 최초로 사진을 수집한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필름,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와 개념미술 등도 컬렉션에 들어있습니다. 우린 언제나 작가들과 매우 긴밀한 협조하에 수집을 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독일의 어느 미술관도 이처럼 현대미술에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MMK는 근현대미술을 보여주는데 매우 앞서가는 미술관 중 하나일 겁니다. 점점 더 세계적 관점으로 확장해 가고 있기도 합니다.

Q. 아이 웨이웨이, 로뮈알드 카르마카, 다야니타 싱, 산투 모포켕을 소개한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4명 모두 독일 작가들이 아니지만, 독일 국가관에서 전시한 점이 독특했습니다. 이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면에서 당시 비엔날레는 탈민족주의적이고 초국가적인 성취를 이뤄냈다고 생각하는데, 포스트내셔널리즘과 글로벌리즘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서구미술사적인 규범의 자기인식에 대해 재논의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다른 어딘가에서 벌어져 왔던 일들과 우리의 과거를 맥락화 시키는 것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동시대의 맥락에서 오늘날의 스스로를 반추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무입니다. 프랑크푸르트와 베니스에서 시도했듯이, 여전히 이 부분을 고려해 이바지하고자 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작년 스미소니언 아프리카미술관에서 열렸던 <신곡: 동시대 아프리카 예술가들이 다시 찾은 천국, 지옥, 연옥> 전의 경우 아프리카 대륙에 조상의 뿌리를 둔 50여 명이 넘는 작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헬리오 오이티시카, 수보드 굽타, 다야니타 싱, 해산 칸 등의 작가들이 개인전을 가진 것은 이 같은 움직임의 사례입니다. 우린 요즘 카더 아티아의 대규모 개인전을 준비 중입니다. 클라우디아 안두자르의 사진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프랑크푸르트 MMK는 더 많이, 그리고 진정으로 국제적 관점을 가진 예술을 보여주는 기관이 되기 위해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유럽의 대표 기관인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파리의 퐁피두센터, 아니면 오쿠이 엔위저가 디렉팅했던 카셀의 도쿠멘타11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발전 말입니다.

Q. 2011년에 기획한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은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불행하게도 당시 전시를 준비하던 크리스토프 슈링엔지프가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바람이라면 그의 작업을 의미 있게 소개할 수 있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중요한 수상은 제겐 지난 몇 년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식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제게 위안을 줬습니다. 크리스토프 슈링엔지프가 죽은 후에, 이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해온 작가 없이 그의 작업을 보여주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린 그의 걸출한 작업에 대한 세계미술계의 격렬한 반응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주 행복했습니다.
Q. 지금 계획 중인 전시나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개인적으로 혹은 팀으로서 세우고 있는 2016년 계획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3월에 MMK 2에서 <상상의 미술관: 퐁피두센터, 테이트와 MMK로부터 온 작업들>이라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공상과학소설인 「화씨 451(1953)」에 영감을 받아 기획한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사회로부터 금지당한 미술품들이 가득한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 속으로 관객들을 데려다줍니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컬렉션을 보유한 세 기관이 80여 점이 넘는 걸작들을 모아 일시적으로 초국가적 미술관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카더 아티아의 개인전이 4월에 열립니다. 아티아는 세계화되는 현재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비서구적 문화에 대한 서구문화의 패권주의와 식민주의의 결과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탐구할 예정입니다.

Q. MMK가 다른 미술관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이 미술관과 함께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세 개의 다른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우리를 대단히 유연하게 만드는 동시에 역동적이게 합니다. 동시에 우리의 컬렉션과 전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지속해서 재정비하고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멋진 소장품과 전 세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우리와 일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을 갖는 것이 MMK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Q. MMK의 디렉터로서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에서 후원을 받는 기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독일에도 BMW나 폭스바겐 같이 예술후원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술에 있어서 이런 기업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독일은 전환의 단계에 놓여있습니다. 문화 펀딩을 둘러싼 환경이 급진적 변화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미술기관에 대한 공적지원금이 감소하고 있고, 우리는 점점 더 기업스폰서와 협력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미술관 분점인 MMK2는 티시만 스페어와 다른 기업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MMK에 새롭고 커다란 전시공간을 가진 빌딩을 추가한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미술관의 새로운 형식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독일만의 경우가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에서도 점점 더 확대돼가고 있는 현상입니다.

Q. 올해는 펠바흐 트리엔날레의 총감독까지 맡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트리엔날레의 제목은 <음식-일상의 생태학>으로 잡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초대한 40명이 넘는 작가들의 조각과 설치 작품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우리의 의도는 현대미술이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음식생산이나 소비 같은 과정에 어떻게 관련하는지는 물론, 전 지구적 상황의 맥락에서 봤을 때 다른 생태학적인 상호관계와 순환에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고든 마타-클락이나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같이 이 부분에 역사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들은 일종의 틀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그 틀 안에서 모든 대륙에서 모인 젊은 작가들이 더욱 다양한 것들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Q. 한국미술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미술뿐 아니라 아시안 아트 신에 대한 의견도 알고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미술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미술관, 전시기관, 갤러리들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는 세계미술의 핫스팟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광주비엔날레는 미술사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아시아가 현대미술에서 가장 매력적인 하부체계 중 하나라고 보고, 그것에 대해 지속해서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이자 현대자동차가 테이트에 소장을 지원한, 백남준의 훌륭한 작품 <하나의 초>를 MMK가 소장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Q. 현대미술계의 선두적 인물로서, 젊은 작가나 큐레이터에게 짧은 조언 부탁합니다.
미래를 살기 위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예술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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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MMK(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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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MMK(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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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William Forsythe, Nowhere and Everywhere at the Same Time, No.3, 2015> at MMK(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Dominik Mentz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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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Kostas Murkudis, Verschiedene Modelle aus den Kollektionen Spring/Summer 2010?2013> at MMK(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Photo: Axel Schne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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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ßenansicht, MMK2 im TaunusTu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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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MMK(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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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K1(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Foto: Axel Schne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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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MMK(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Profile

수잔 게인즈헤이머(Dr. Susanne Gaensheimer)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디렉터입니다. 게인즈헤이머는 뮌스터 베스트팔렌 미술협회, 뮌헨에 있는 렌바흐하우스 등 고국인 독일을 무대로 현대미술과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2011년과 2013년, 2회에 걸쳐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의 큐레이팅을 맡고, 수상까지 하게 되면서 국제적인 명성도 얻게 됩니다. 그로 인해, 2012년에는 세계적인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프라이즈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전시기획, 미술관 디렉터라는 직업 외에도 2013년부터는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4년에는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브랜치인 MMK2를 창립했으며, 올해로 13회를 맞는 펠바흐 트리엔날레의 총기획을 맡는 등 동시대 미술 현장 곳곳에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Art Insight: 글로벌 문화예술계 리더가 전하는 동시대 예술의 한 발 앞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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