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9: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

미래적 사고를 바탕으로 변혁을 이끄는 리더

LACMA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는 미술과 기술 연구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빠르게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과 인간이 지켜야 할 요소들 간의 적절한 균형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성, 인간관계, 목적성, 상상력 등 기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지켜내고자 합니다.
-Michael Govan-
창립 반세기를 맞은 LACMA(LA카운티 미술관,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12만여 점의 방대한 소장품, 연간 120만 명의 관람객 등 어마어마한 수치를 보유한 LACMA는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아메리카에서 아시아까지, 공연과 영화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전통과 혁신, 지역과 전 세계의 관계를 현대미술로 풀며 명실공히 환태평양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와 함께 미술관 외관을 바꾸는 프로젝트 또한 착수한 LACMA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2006년 부임 이후 LACMA를 21세기 최고의 미술관으로 꾸미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마이클 고반(Michael Govan) 관장을 직접 만나 물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LACMA (LA 카운티 미술관)의 글로벌 파트너십에 대해 알아보세요
바로가기 >
Q. 개관 50년 만에 LACMA는 세계 현대미술의 핵심적인 스팟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이 기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여타 현대미술관과 구별되는 LACMA만의 특징을 설명해주신 다면요?
LACMA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주저 없이 ‘미래적 사고’라 답하겠습니다. 이는 L.A.라는 도시가 지닌 독특한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사람들은 대게 L.A.를 미래의 도시라고 일컫습니다. 아마도 L.A.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는 굉장히 젊은 도시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도시의 특징 덕분인지 우리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미술을 접할 때도 역시 젊은 시각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이 없는 미래는 상상 할 수 없습니다. 인류의 최초 문명도 미술과 함께 했지요. 예술은 삶의 일부이고, 영적이면서도 어쩌면 사후의 삶과 전생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타임캡슐에 정보를 보관하는 것처럼, 예술은 미래 세대를 위한 정보를 실질적으로 담아낼 뿐 아니라 예술 고유의 정체성을 내재하기도 하지요. LACMA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서도 기능할 수 있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으로의 역할을 공고히 해내고 있습니다.

Q. 당신은 기획과 행정 등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남들보다 언제나 한 발 앞선 인사이트를 지닌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동시대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입니까?
우리 시대 빅 이슈는 ‘세계화’ 입니다. 글로벌리즘을 대표하는 L.A.같은 대도시는 무수히 많은 문화를 포괄합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데 미술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지요. 개개인의 아이덴티티가 맞물려 서로 협력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세요. 이는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예술기관은 각각이 지닌 다채로운 아이덴티티를 비교‧분석하고, 지식과 상상력을 습득하기에 최적화된 장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와 예술의 가장 큰 역할은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여러 사람들을 결합하고 결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화'라는 키워드는 현재도 유효하지만 향후 몇 해에 걸쳐 우리가 직시해야 할 가장 큰 이슈임에 틀림없습니다.

Q. LACMA는 그동안 선보여온 탄탄한 기획전뿐만 아니라 최근 기관 내 미술과 기술을 위한 연구실을 마련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술관 규모와 명성으로 볼 때, 기술적 지원과 시설이 갖춰진 기업과 협업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미술관에 연구실을 갖춘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작가들은 인류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항상 도구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것이 과거에는 ‘도구’였다면 지금은 ‘기술’이겠지요. 미술가들은 항상 기술과 함께 했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 가능한 튜브에 오일 페인트를 담았던 시도도 산업 기술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이 기술은 모네가 작업실 밖 야외로 나가 직접 빛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는 결국 인상주의 회화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작은 시도들이 점차적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현재 예술가들이 디지털 매체, 인터넷, 3D 프린팅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며 일궈낸 시공간의 장벽을 넘나드는 창작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LACMA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는 미술과 기술 연구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빠르게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과 인간이 지켜야 할 요소들 간의 적절한 균형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성, 인간관계, 목적성, 상상력 등 기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지켜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도구와 기술은 미래를 상징하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한계가 없는 건 상상력뿐이지요. 바로 예술가들의 상상력 말입니다. 우리가 만든 미술과 기술을 위한 연구실은 단지 특정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미술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닌, 기술을 인간화하고, 상상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기술은 때로는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전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연구실을 이용하는 과학자와 기업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Q. ‘미래’라는 것이 당신에게 매우 특별한 주제로 보이는군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당신에게 ‘미래’란 어떤 대상인가요?
저는 미래를 ‘불확실’이라는 단어를 연결 지어 묘사하고 싶습니다. 만일 확실한 미래가 존재한다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것, 그것이 바로 미래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불확실함이 불안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열린 특성일 뿐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 스스로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일하든, 예술가를 지지하든, 기술을 만들든, 무엇을 나르든 미래를 만드는 데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확실’한 미래가 마음에 듭니다. 미래가 지닌 불확실성에 매력을 느낍니다. 저는 우리가 미래에도 결코 인류는 파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미래에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요. 허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에게 발생할 일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Q.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주제는 미래였습니다. 국가관 전시 중 한국관 역시 시간과 미래에 관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한국관에 대한 감상을 말씀해주신 다면요? 그리고 당신이 바라보는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서도 조언 부탁 드립니다.
저는 미래와 과거 등 시간을 주제로 삼은 한국관을 주의 깊게 관람했습니다. 한국이 최근 십여 년 사이 엄청난 예술가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여러 실험과 모험을 감행하며 그들만의 비전을 담은 미래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 하면 바로 최첨단 기술을 떠오른다는 점이 참으로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한국관은 기술력이라는 한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LED 이미지들은 마치 미래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미래를 묘사한 이미지들이 사실 과거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참 묘한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마치 꿈을 꾸듯 그 공간에서 노닐 수 있었지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하루에 일어난 이야기(내러티브)를 단지 한 가지 이미지가 아닌 최소 다섯 개의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내며, 시공간을 초월한 장면을 구현해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의 이야기만으로 전개되는 일반적인 공상 소설 혹은 영화와 이 작품의 차이점이었습니다. 작품은 시간과 공간은 분열되고, 모호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베니스비엔날레와 베니스의 현실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은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우리를 이 고립된 장소에 머물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모호한 공간과 시간의 결합이 한국을 아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미술을 논할 때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예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한국은 한국 고유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 미술이 이상적인 질서를 지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보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아시아 특히 한국 문화에서 시간은 원을 그리듯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미술에서 절을 짓고, 또 짓고, 무언가를 칠하고, 덧칠하는 반복적인 행위가 발견되듯이 미술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미술은 앞뒤로 움직이며 반복하는 테크놀로지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그러하듯, 시간과 공간이 깊이 있게 축적된 한국미술은 아름답고 특별하며, 보는 이를 매혹시킵니다. 기술이 항상 놀라움을 동반하는 것처럼, 한국미술은 그 기술을 가장 혁신적으로 활용해 아름다움을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 with ARTINPOST
-
Abraham van Beyeren <Banquet Still Life> 1667 Oil on canvas 141×121.9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The Ahmanson Foundation ⓒ2010 Museum Associates/LACMA
-
<Aradabil Carpet> 1539-40 Knotted wool pile on silk foundation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J. Paul Getty ⓒ2012 Museum Associates/LACMA
-
Art + Technology Lab at LACMA ⓒ2015 Museum Associates/LACMA
-
Reinstallation view of LACMA Art of the Ancient Americas Galleries ⓒ2012 Museum Associates/LACMA
-
Diego Rivera <Flower Day> 1925 Oil on canvas 147.32×120.65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os Angeles County Fund ⓒ2007 Banco de Mexico Diego Rivera & Frida Kahlo Museums Trust. Reproduction authorized by the Instituto Nacional de Bellas Artes y Literatura ⓒ2007 Museum Associates/LACMA
-
Henri Matisse <Tea> 1919 Oil on Canvas 140.34×211.3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Bequest of David L. Loew in memory of his father, Marcus Loew ⓒ2007 Succession H. Matisse, Paris/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2007 Museum Associates/LACMA
-
Installation view of LACMA Korean Art galleries ⓒ2010 Museum Associates/LACMA
-
Lynda and Stewart Resnick Exhibition Pavilion at LACMA ⓒ2010 Museum Associates/LACMA
-
Michael Heizer <Levitated Mass> 2012 ⓒMichael Heizer, photo by Tom Vinetz
-
Rene Magritte <The Treachery of Images (This is Not a Pipe)> 1929 Oil on canvas 60×80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purchased with funds provided by the Mr. and Mrs. Preston Harrison Collection ⓒ2006 C. Herscovici, Lond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2010 Museum Associates/LACMA
-
David Hockney <Mulholland Drive: The Road to the Studio> 1980 Acrylic on canvas 218.44×617.22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purchased with funds provided by the F. Patrick Burns Bequest (M.83.35) ⓒDavid Hockney. All Rights Reserved. ⓒ2011 Museum Associates/LACMA
-
Pablo Picasso <Weeping Woman with Handkerchief> 1937 Oil on canvas 53.34×44.45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Mr. and Mrs. thomas Mitchell ⓒ2007 Estate of Pablo Picasso/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2007 Museum Associates/LACMA
-
Robert Irwin <Miracle Mile> 2013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Hyundai Motor as part of The Hyndai Project: Art + Technology at LACMA in honor of the museum's 50th anniversary ⓒRobert Irwi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2015 Philipp Scholz Rittermann
-
Thomas Hart Benton <The Kentuckian> 1954 Oil on canvas 193.4×153.4cm Gift of Burt Lancaster (M.77.115) ⓒThomas H. Benton yrust/ Licensed by VAGA, New York, NY ⓒ2010 Museum Associates/LACMA
-
Chris Burden <Urban Light> 2008 The Gordon Family Foundation's gift to 'Transformation: The LACMA Campaign' ⓒChris Burden ⓒ2014 Museum Associates/LACMA
-
Nam June Paik <Video Flag Z> 1986 Powered device, television sets, videodiscs players, plexiglas modular cabinet 190.5×351.79×40.64cm Gift of the Art Museum Council ⓒNam June Paik Estate, installation video ⓒ2012 Museum Associates/LACMA
-
Lynda and Stewart Resnick Exhibition Pavilion at LACMA ⓒ2010 Museum Associates/LACMA
-
Broad Contemporary Art Museum(BCAM), north facade ⓒWeldon Brewster
-
Wilshire view at LACMA ⓒ2008 Museum Associates/LACMA
마이클 고반이 생각하는 <모든 세계의 미래>가 담긴 Hyundai Meets_Venice Biennale를 만나보세요
바로가기 >Profile

1963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마이클 고반은 윌리엄스 칼리지(Williams College)에서 미술사학위를 취득한 후, 윌리엄스 칼리지 미술관(Williams College Museum of Art)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1986년 피카소와 렘브란트전을 기획했다. 그 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르네상스 미술을 심층적으로 연구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미술 공부를 하던 중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부관장(Deputy Director)으로 취임, 1988년부터 1994년까지 구겐하임 미술관 실무를 담당했다. 1994년에 디아 아트 재단(Dia Art Foundation) 디렉터로 선정되며, 디아 재단의 컬렉션을 대거 소장한 디아 비콘(Dia:Beacon) 미술관을 창립한 고반은 2006년까지 12년간 디아 아트 재단의 소장품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재단에 큰 업적을 세웠다. 2006년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디렉터로 선출되어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 중이며, 라크마를 로스앤젤레스의 문화의 중심으로 일구는데 일조했다. 그는 현대 설치물에 관심을 가지고 크리스 버든(Chris Burden)과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를 포함, 획기적인 작업을 펼치는 작가들을 후원한 바 있다.
Art Insight: 글로벌 문화예술계 리더가 전하는 동시대 예술의 한 발 앞선 트렌드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