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22: 마리아 린드
2016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


열한 번째 ‘광주비엔날레’의 막이 올랐습니다. 국내외 언론과 현대미술전문가, 작가들이 모인 비엔날레는 ‘국제’라는 명색에 걸맞은데, 북유럽 현대미술을 이끄는 마리아 린드(Maria Lind) 감독을 영입하고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행사는 벌써부터 다양한 뉴스와 담론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곧 닥쳐올 어떤 것’을 상징하는 ‘제8기후대’를 재현하고자 주제와 줄거리, 작품과 뉘앙스는 물론 각 전시장의 온도마저 다르게 연출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마리아 린드 감독을 직접 만나 광주비엔날레의 현재와 미래, 한국 현대미술의 도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저는 “예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 있습니다.
예술이 불러일으키는 반향들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 하나하나는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리아 린드 -

Q. ‘2016 광주비엔날레’가 드디어 개막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정말 멋진 모험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비엔날레의 면면을 봐주었으면 합니다.
Q. 올해 주제어인 ‘제8기후대’에 대해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잠재력이 나오는 영역”이라고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어떻게 이 주제를 잡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제목일 뿐 테마나 콘셉트가 아닙니다. 이것은 되레 이번 비엔날레에 존재할지 모를 변수들을 지칭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예술을 중심 스테이지에 놓는 것, 즉 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의 수용력, 가깝고 먼 거리에 있는 점들을 잇는 중개자로서 예술을 이야기합니다. 아마 우리가 맞게 될 미래는 과거가 완전히 잊히거나 현재를 이끄는 빛으로 존재하진 않으리라 여깁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우리의 오늘날 예술의 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제8기후대'라는 타이틀은 한 사람이 상상력의 가능성을 이용하여 닿을 수 있는 상태 혹은 내적 세계를 지칭합니다. 제8기후대라는 개념은 12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자이자 철학가인 수라와르디(Suhrawardi)로부터 기원했고 20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철학가인 앙리 코빈(Henry Corbin)에 의해 한층 더 발전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예견된 무언가 혹은 확립된 예측 기술에 의해 겁먹고 멈추지 않는, 예술의 말하는 역량과 미래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태도를 탐험하게끔 합니다. ‘제8기후대’는 예술을 기호학처럼 불러일으키면서 예술가들이 이에 의식적이든 아니든 변화를 감지케 하고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허용합니다. 이는 목적을 위한 예술이나 실용주의적 접근을 뜻하는 게 아니라 “예술 그 자체”를 말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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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비엔날레가 갖는 특별한 지점이 무엇이며 여타 비엔날레(한국 내 행사뿐 아니라 국제 대규모 행사 등)와 비교해 어떤 독창성을 지닌다고 생각하십니까?
광주에는 중요하고 겸허하며, 비엔날레에 특별한 의미를 선사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가파른 경제적 성장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권의 투쟁 그리고 긴 독재기간 등은 한국에서 일어난 공통적인 경험들에 더해졌고 특히 이 도시는 무언가 엄청난 일들을 겪고 이겨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도시의 과거로부터 자라난 특정한 역사가 ‘배어있는’ 비엔날레가 되길 바랐습니다. 주제나 테마를 통해서가 아니라 방법론을 통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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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행사를 총괄하며 중심에 놓은 철학은 무엇이며 행사를 이끄는 동안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미래에 대해 말하는 예술의 역량 그리고 이 도시와 연관을 지으려는 맞물림과 중개, 멀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점들을 잇는 예술 등을 큰 기둥으로 삼았습니다. 실용주의적 접근을 차치하고라도 예술이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예술작품들이 다양한 맥락 속에 자리 잡는지 그리고 어떻게 예술이 사회 속에 자리 잡고 잔물결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이 행사를 이끌었습니다.
사실 예술 프로젝트는 한 가지 이상의 가닥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완벽히 고정된 어떤 목적을 추구하기보다 여러 개의 다양한 가능성과 힌트를 주지요. 그 가닥은 말하자면 ‘바탕의 위와 아래’, ‘불투명함의 권리’, ‘이미지와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주관성들’ 같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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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참여 작가는 어떻게 선정했으며, 주제어를 가장 잘 표현한 섹션 혹은 작가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작가 선정에는 강력하고 연관성 있는 작품 활동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리듯 이번 비엔날레는 의도적으로 만화경처럼 변화무쌍하며, 한 가지 주제를 갖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가장 주제를 잘 나타냈는지 고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자면 아폴로니아 슈스테르쉬치(Apolonija Sustersic)와 배다리의 광주 두암동 이웃들을 위한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꼽겠습니다. 그들은 지난 겨울부터 지역민들과 함께 작업해왔으며 현재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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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많은 이론과 강연을 하신 걸로 압니다. 이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에게 그것에 대해 짧게 설명하신다면?
저는 “예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 있습니다. 예술이 불러일으키는 반향들 말입니다. 예술이 무엇을 하는가? 이것은 포괄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예술이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 안에는 현재 예술의 이상적인 모습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 둘 다 중요하게 내포됩니다. 그리고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 하나하나는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현대미술에 유입될 때 반드시 명심해야 될 조건이 무엇인지 조언하신다면?
예술가들을 직접적으로 가능한 최대한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소 규모의 시각예술 단체들을 활성화시키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셀 수없이 많은 중소규모 예술 단체들이 있고 이들은 오늘날 예술 씬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뮤지엄, 아트페어 그리고 비엔날레와 같은 대규모의 예술 기관들과 이런 단체들은 예술계의 리서치나 개발부서같이 기능하면서 기획적이고 교육적이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실험들을 키워나갑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주변의 접촉과 충돌 지점들을 조성하고 발전시켜나가며, 그 지점들이 바로 이웃 사회나 다른 필드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투자하는 주최들이 인지하길 바랍니다.
Q. 한국 현대미술 씬에서 관심 두는 작가가 있습니까?
이번 비엔날레에 정은영과 옥인 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을 비롯해 박보나, 차재민, 이주요, 김설아, 박인선, 전소정, 강서경 등 한국 작가가 참여했고 모두 최선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개인적으로는 박보나의 신작에 관심이 많습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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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a Damiani <The Erratic Marbles 2> 2014
Print on plate from found book on gliclee print on cott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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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na Silva Video still of <Coin of Fountain of Regeneratio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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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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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Beutler Installation view of <Daein Sausag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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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obong Nkanga Performance view of <From Where I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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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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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y Zhilyaev <Russian Cosmic Federatio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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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y Zhilyaev <Russian Cosmic Federatio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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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Kulendran Thomas <New Eelam> 2016
Mixe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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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en eun young jung Video still of <Act of Affec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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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illa Klingberg <Sun Print> 2016
Profile

2016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마리아 린드(Maria Lind)는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큐레이터입니다. 스톡홀름 현대미술관(Moderna Museet)에서의 큐레이터 활동을 시작으로 뮌헨 예술협회(Kunstverein) 디렉터, 국제큐레이터협회(IKT) 이사 등을 역임하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2002년 상파올로 비엔날레 스웨덴관, 2015년 비엔나 비엔날레 특별전 <미래의 빛(Future Light)>을 큐레이팅 한 경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는 북유럽 주요 문화 거점 공간으로 손꼽히는 스톡홀름 텐스타 쿤스트홀(Tensta Konsthall)의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Art Insight: 글로벌 문화예술계 리더가 전하는 동시대 예술의 한 발 앞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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