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IMG

Art Insight #11: 로렌조 루돌프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창립자•디렉터

Lorenzo Rudolf

현대미술의 분명한 목적지를 마련하다

Installation view of Opera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매년 1월, ‘아시아의 스위스’ 싱가포르에는 대규모의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tage Singapore)>가 개최됩니다. ‘우수한 아시아의 창조성을 전시한다’는 포부를 내걸고 2011년 1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19개국 100여개의 현대미술 갤러리를 비롯해 영국 런던의 로시 & 로시(Rossi & Rossi), 프랑스 파리의 엠마뉴엘 페로탱 갤러리(Galerie Emmanuel Perrotin) 등 당시 아시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유럽 화랑들을 불러 모았던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종착지이며 선도적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글로벌 미술시장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에 대한 탄탄한 신뢰만큼 의문을 갖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트 바젤이나 프리즈 아트페어는 물론 아트바젤홍콩, ShContemporary 등 이미 아시아 안팎의 미술시장이 각기 고유성을 확보하고 있는 지금,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는 과연 어떤 승부수를 지녔는지 궁금해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페어 아트바젤 디렉터를 비롯해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창립자이자 상하이 ShContemporary의 공동설립자를 역임한 후 제1회 행사부터 현재까지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를 총괄 디렉팅하는 로렌조 루돌프(Lorenzo Rudolf)를 만나 최근 현대미술의 경향과 아트마켓의 현주소 그리고 미술의 비전에 대해 직접 물었습니다.

아트페어는 단순히 갤러리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행사가 아닙니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장소인데, 모든 것을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로렌조 루돌프 -

Desire Obtain Cherish <Intensive Care Units> Presented by & Image Courtesy of UNIX Gallery

Q.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의 디렉터로서,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십니까?

A.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는 동, 서양의 작가와 컬렉터, 딜러, 미술전문가들을 함께 모으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그 가운데 나는 모든 부분을 두루 살펴 성과를 이루는 역할을 하는데, 아시아 태평양 시장은 개방되는 동시에 합쳐져야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미술전문가들을 ‘중개(match-makes)’하는 행사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2011년 첫 행사에서 피터 나지(Peter Nagy, Nature Morte, 인도), 에밀리 차오(Emily Chao, Eslite, 대만), 토미오 코야마(Tomio Koyama, Tomio Koyama Gallery, 일본) 같은 아시아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특별 컬렉터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화합적이며 공개된 미술 현장을 구축하며, 전문가들과 열광적인 미술 팬들 사이에 꼭 필요한 교환과 상호작용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의 거대담론입니다. 간단하게 다시 말하면 페어의 발전을 위해 내용적 부분을 살피고 동시에 경제적인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Installation view of Gordon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Q. 다른 페어와 비교해,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라면, 그 정체성을 지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 이미 다양한 아트페어가 존재하는데, 그 중 어느 것의 복사판이 되면 안 됩니다. 아시아 미술을 지원하는 것이 이 페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아시아 미술을 세계 미술시장에 선보이는 기회를 만들고, 그 사이의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것에 우리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작가들을 지원하는 의미를 넘어 아시아에 위치한 갤러리들을 지원하는 의미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서양의 많은 갤러리들이 최근 그들의 자회사 격인 갤러리들을 아시아에 많이 설립하고 있습니다. 단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 작가들을 발굴하고,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시아 미술을 선보이는 독보적 플랫폼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Indonesian Ambassador to Singapore His Excellency Dr. Andri Hadi with Lorenzo Rudolf, watching Shintaro Miyake in action at Tomio Koyama Gallery booth

Q. 올 1월 개최된 페어의 모토가 ‘우리는 아시아다(We’re Asia)’ 였습니다. 창립 이래 유독 아시아를 강조하는데,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A. 아시아는 아직도 여전히 각각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완벽히 개방된 시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제각각의 영토 내에서 각국의 정체성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서양과 동양, 이 두 예술계간의 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라고 묻는데, 개인적으로 전 세계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아시아 내에서의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는 하나가 아니라, 많은 ‘아시아들(Asias)’이 있습니다. 우리는 페어에서 동남아시아의 미술을 서로 소개하고, 서로의 예술세계를 탐닉하며 현대미술이란 무엇인지 서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Installation view of Park Seung Mo <The Paradox of Illusion> in Ode To Art booth

Q. 대중적 시각에서 아트페어는 무역 혹은 시장의 의미가 강합니다. 철학을 전달하고 관계를 혁신하려는 것은 당신이 아트페어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요?

A. 아트페어는 단순히 갤러리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행사가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페어는 미술관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의 예술을 보여주는 이 자리는 단지 바이어(buyer)와 셀러(seller)를 연결시키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장소인데, 모든 것을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것이 우리 페어가 지닌 의미이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예술인 모두를 한 자리에 모으는 이유입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입구이자 지리적으로는 중심으로서, 세계의 미술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Gilbert & George> Presented by White Cube

Q. 그렇다면 미술관과 아트페어는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까요?

A. 지난 긴 시간 동안, 미술관과 아카데미(학습기관), 평론가들이 어떤 것이 좋은 예술이냐를 정의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10-15년간 완전히 그 세태가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좋은 작가란 비싼 작가를 의미하고, 좋은 예술이란 영향력 있고 규모 있는 아트페어와 갤러리에서 소개되는 것과 직결되지요. 예술에 대한 기준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아카데미가 이런 현상에 무엇인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분명한 것은, 반드시 상업적인 것과 비상업적인 것들 사이에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페어는 이 균형을 잡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예술은 소비하는 것이며 비싼 것이 좋다’고 여기지 않도록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사실 상업적인 것과 비상업적인 것은 예술의 두 가지 면이지만, 처음부터 그것이 하나였음을 간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Installation view of Galerie Perrotin booth Photo: ARTINPOST

Q. 끝으로 세계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획기적으로 리드했던 당신이 한국 미술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 한국은 굉장히 깊은 문화적 특색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현대미술은 무엇이 한국미술인가를 잘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예술이 사회와 함께 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갤러리들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탄탄하며 모두가 경쟁하는 구도라는 것 역시 한국 현대미술을 발전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with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Suzann Victor <Contours of a Rich Manoeuvre> Series Photo: ARTINPOST

    Installation view of Suzann Victor <Contours of a Rich Manoeuvre> Series Photo: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Galerie Perrotin booth Photo: ARTINPOST

    Installation view of Galerie Perrotin booth Photo: ARTINPOST
  • Desire Obtain Cherish <Intensive Care Units> Presented by & Image Courtesy of UNIX Gallery

    Desire Obtain Cherish <Intensive Care Units> Presented by & Image Courtesy of UNIX Gallery
  • Installation view of Park Seung Mo <The Paradox of Illusion> in Ode To Art booth

    Installation view of Park Seung Mo <The Paradox of Illusion> in Ode To Art booth
  • <Gilbert & George> Presented by White Cube

    <Gilbert & George> Presented by White Cube
  • Installation view of Special Exhibition Russia featuring works by AES+F Photo: ARTINPOST

    Installation view of Special Exhibition Russia featuring works by AES+F Photo: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OPIM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Installation view of OPIM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 Richard Streitmatter-Tran Presented by CUC Gallery Photo: ARTINPOST

    Richard Streitmatter-Tran Presented by CUC Gallery Photo: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Opera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Installation view of Opera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Gordon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Installation view of Gordon Gallery booth Photo: ARTINPOST
  • Indonesian Ambassador to Singapore His Excellency Dr. Andri Hadi with Lorenzo Rudolf, watching Shintaro Miyake in action at Tomio Koyama Gallery booth

    Indonesian Ambassador to Singapore His Excellency Dr. Andri Hadi with Lorenzo Rudolf, watching Shintaro Miyake in action at Tomio Koyama Gallery booth

Profile

Lorenzo Rudolf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난 로렌조 루돌프는 1991년 <아트바젤>의 디렉터로 임명돼, 페어의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글로벌 확장을 이뤄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역시 그가 재직 시 기획한 것이었다. 2000년 <아트바젤>을 떠나 이후 2003년까지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를 운영했으며, 2007년에는 상하이에 현대미술 페어인 <상하이 컨템포러리>를 런칭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페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View more i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