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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19: 짐 리차드슨

‘뮤지엄넥스트’ 창설자

짐 리차드슨
Lunchtime at the Indianapolis Museum of Art -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여기, 전 세계 미술관·박물관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는 행사가 있습니다. 지난 4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아홉 번째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국제 콘퍼런스, ‘뮤지엄넥스트(MuseumNext)’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이 행사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해 발표, 워크숍, 투어 등 네트워크를 통해 내실을 확보하고 있으며 결과물 또한 세계 미술 현장에 적용되며 가시적인 변화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미래를 점치는 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습니다. 당장의 앞날조차 알 수 없는 인간에게 미래란 강력한 두려움과 궁금증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마다 우리는 위기를 말하며 대안을 찾고 중지를 모읍니다.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작품을 수집,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디지털 매체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들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발맞춰 변모할 것인가는 지난 몇 년간 중대한 이슈였습니다. ‘뮤지엄넥스트’ 창립자 짐 리차드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 미술관을 함께 점쳐보시죠.

‘뮤지엄넥스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술관의 미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 짐 리차드슨 -

audience at MuseumNext London 2010

Q. ‘뮤지엄넥스트’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어떤 목적으로 콘퍼런스가 시작됐습니까?

2009년 7월,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에 있는 뉴캐슬 어폰 타인(Newcastle upon Tyne)에서 소규모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이 워크숍에서는 미술관 관람객들을 위한 혁신과 어떻게 미술관이 그들에게 더 창의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미국에서 새로운 미술관을 발전시키는 방안부터 맨체스터의 미술관에서 고민하는 디지털 컬렉션까지 그들의 주제는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만에 이 조촐한 모임은 미국과 북미 지역을 누비는 미술관 전문가들의 회의인 ‘뮤지엄넥스트’로 발전했습니다.
‘뮤지엄넥스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술관의 미래는 무엇인가?(What's next for museums?)’라는 질문입니다. 국제적인 릴레이 콘퍼런스를 통해 발표와 사례연구, 다양한 협업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행사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변화한 기술적 지형을 바탕으로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사회를 변화시켰고, 관람객의 기대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미술관이 변화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사라지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MuseumNext Edinburgh 2011

Q. ‘뮤지엄넥스트’를 실현시키는 주요 철학은 무엇입니까?

‘뮤지엄넥스트’는 비슷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시작됐습니다. 미술관의 미래를 조각하는 전문가들 말입니다. 이 커뮤니티가 미술관의 미래에 빛을 비출 수 있도록, 현재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현장 경험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기회가 우리 콘퍼런스입니다.

Q. 소규모 워크숍으로 시작한 행사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규모가 매우 커졌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이러한 성장은 곧, 미술관의 혁신에 대한 진정한 갈망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습니다. 또 국제적인 커뮤니티가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우리는 모두를 위해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Zachary Kaplan, Director, Rhizome - The Born Digital Art Institution at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Q. 1년에 한 번 꼴로 이루어지던 콘퍼런스가 2015년부터는 1년에 2회씩 개최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행사에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격려와 도움이 실질적으로 ‘뮤지엄넥스트’를 성장시켜 왔습니다. 작년 인디애나폴리스 행사는 북아메리카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었는데, 이것은 유럽까지 여행하기 어려운 미술관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행사가 굉장히 성공적이었던 까닭에 뉴욕에서 오는 11월에 열릴 다음 행사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 같은 유기적인 성장은 계속되어, 조만간 호주에서도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which was one of main venues in MuseumNext Barcelona 2012

Q. 행사 장소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합니다. 공동주관 혹은 후원을 받는 형태인가요?

매년 많은 도시에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러나 ‘뮤지엄넥스트’를 운영한 경험에 비춰보면, 이미 행사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치를 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미 커뮤니티 멤버가 된 그들이 자신의 도시(기관)로 초대하는 것이죠. 이들을 통해 새롭게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연사들은 일반적인 관광객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즉 미술관의 이면까지 볼 수 있는 투어, 유적지, 식사 같은 것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받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한 나라, 혹은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Q. 연사 선발기준은 무엇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주요 인사를 선발하기 위해서 매 행사마다 서류 심사를 진행합니다. 매년 700개 이상의 지원서를 접수 받는데, 평균적인 발표결과를 보면 전달력과 콘텐츠 두 부분 모두 대단히 수준 높습니다.

MuseumNext Edinburgh 2011

Q. ‘뮤지엄넥스트’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미술관의 미래는 무엇인가’라면 매 콘퍼런스마다 논의되는 소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처음 행사를 시작했을 때, 기술(테크놀로지)은 거의 정점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디지털 세계인 현재, 기술은 변화의 동력이기보다는 혁신의 도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굉장히 폭넓은 이슈에 관심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엔 ‘행동가로서의 미술관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변화하는 이슈들에 대해 대중에게 반드시 알려야만 하는 문화 기관의 역할, 한 도시에 미술관이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 문화가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힘을 찾고 있습니다.

Q. 9번의 행사 모두 유럽과 북미지역 출신 연사로 구성됐습니다. 아시아 지역 인사들의 참여 계획은 없습니까?

아시아 측 연사가 부족했던 점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점입니다. 아시아에 굉장히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아시아 미술관들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향후 진행될 행사가 아시아와 ‘뮤지엄넥스트’를 잇는 교량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곧 ‘뮤지엄넥스트’를 개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MuseumNext Geneva 2015

Q. 이제까지 콘퍼런스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이 실제적으로 미술관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고 여기십니까?

‘뮤지엄넥스트’에 참여하는 미술관 리더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그 분야를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역동적인 개인들을 함께 묶어주는 플랫폼인 셈입니다. ‘뮤지엄넥스트’가 진정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러한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콘퍼런스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함께 전시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기도 하며, 예술가와 미술관 사이의 협업도 종종 성사됩니다. 40여 개국에서 모여든 대표자들은 전 지구에 걸쳐 함께 일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Opening reception at Musee d'art et d'histoire de Geneve in MuseumNext 2015

Q. ‘뮤지엄넥스트’가 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목표는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뮤지엄넥스트’는 ‘영감’, ‘혁신’, ‘협업’의 촉매제입니다. 우리 콘퍼런스에서는 굉장히 폭넓은 주제를 다룹니다. 관람객, 디자인, 테크놀로지, 기량, 수집, 보존, 목적과 리더십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오늘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는 미술관의 사례를 선보임으로써 미래의 미술관이 나아갈 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Q.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잠재적 이론가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매년 40여 국에서 모이는 참가자들은 함께 미래의 미술관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뮤지엄넥스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굉장히 역동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론가들이 다른 나라 미술관 리더들과 함께 한국의 경험을 나눠주길 기대하며, 기꺼이 ‘뮤지엄넥스트’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 with ARTINPOST

  • Registration for MuseumNext Dublin 2016 at the National Gallery of Ireland

    Registration for MuseumNext Dublin 2016 at the National Gallery of Ireland
  •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which was one of main venues in MuseumNext Barcelona 2012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which was one of main venues in MuseumNext Barcelona 2012
  • MuseumNext Edinburgh 2011

    MuseumNext Edinburgh 2011
  • MuseumNext Edinburgh 2011

    MuseumNext Edinburgh 2011
  • MuseumNext Geneva 2015

    MuseumNext Geneva 2015
  • Opening reception at Musee d'art et d'histoire de Geneve in MuseumNext 2015

    Opening reception at Musee d'art et d'histoire de Geneve in MuseumNext 2015
  • Lunchtime at the Indianapolis Museum of Art -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Lunchtime at the Indianapolis Museum of Art -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 Zachary Kaplan, Director, Rhizome - The Born Digital Art Institution at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Zachary Kaplan, Director, Rhizome - The Born Digital Art Institution at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MuseumNext Indianapolis 2015
  • audience at MuseumNext London 2010

    audience at MuseumNext London 2010

Profile

짐 리차드슨

짐 리차드슨(Jim Richardson)은 2009년 영국에서 시작한 미술관-박물관 전문가들의 회의체인 ‘뮤지엄넥스트(MuseumNext)’의 창설자입니다. 그는 디자이너로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습니다. 미술관과 새로운 기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자 ‘뮤지엄넥스트’를 만들게 됩니다. 그는 뒷짐 지고 서기보다는 매 회의마다 나서 새로운 발표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뮤지엄넥스트’로 쌓은 경험을 토대로 2015년에는 NXT라는 기업을 설립, 문화와 테크놀로지 전문가, 스타트업, 창의성 넘치는 개인들이 모여 ‘엉뚱해 보이지만’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나누는 또 다른 이벤트, ‘컬쳐 긱(Culture Geek)’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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