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23: 장 드 르와지
팔레 드 도쿄 관장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와 제롬 상(Jérôme Sans), 이 두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된 팔레 드 도쿄는 2002년 처음 개관할 당시부터,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감하고 신선하다는 호평과 함께 비정형적인 뮤지엄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해한 미술관’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두 명의 설립자들과 마크-올리비에 웨일러(Marc-Olivier Wahler)에 이어, 2011년부터 관장을 맡은 장 드 르와지(Jean de Loisy)는 예술가와 비평가, 관람객 모두에게서 멀어진 팔레 드 도쿄를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현대미술의 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과감한 변화를 시도합니다.
10개월 동안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기존의 공간보다 3배로 확장된 팔레 드 도쿄는 2012년 마침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전시, 퍼포먼스, 콘서트 등 30시간 논스톱으로 이어진 개관행사와 함께 화려하게 컴백한 팔레 드 도쿄는 장 드 르와지의 과감한 디렉션을 통해 파리에서 가장 대중소통적이며 다이나믹한 예술문화공간으로 태어났습니다. 한 해 50만 명 방문객을 목표로 재개관한 팔레 드 도쿄는 현재, 80만 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장 드 르와지의 예술경영 능력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을 발굴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하고, 참신한 프로젝트라면 제한 없이 시도하는 한편, 수많은 기업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기관의 독자적인 재정 경영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백야축제 예술감독으로 나선 그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통해, 숱한 테러로 다사다난했던 파리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삶과 사회, 예술의 공존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팔레 드 도쿄의 관장, 장 드 르와지를 지금 만나봤습니다.
팔레 드 도쿄는 ‘폐허’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변형시킬 수 있는 공간이며,
이러한 까닭에 팔레 드 도쿄는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습니다.
- 장 드 르와지 -

Q. 2011년부터 팔레 드 도쿄의 관장을 맡고 계십니다. 뮤지엄, 갤러리를 비롯한 다른 문화예술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팔레 드 도쿄만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팔레 드 도쿄에는 언제나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공간이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 일렉트로 음악을 들으며,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볼 수 있어요. 이 모든 일들을 같은 날 할 수 있는 즐거운 장소이죠. 또한, 팔레 드 도쿄는 ‘폐허’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변형시킬 수 있는 공간이며, 이러한 까닭에 팔레 드 도쿄는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어요. 단 하루도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른 문화예술기관과 비교했을 때, 팔레 드 도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죠.

Q. 팔레 드 도쿄는 실험적이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 해에 기획되는 전시 수만 20회가 넘는데요. 이토록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앞서 ‘폐허’의 공간이라 표현한 것은 팔레 드 도쿄가 언제나 변모할 수 있는 원동력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까지, 팔레 드 도쿄는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에 의해 변화해왔습니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가능한 더 멀리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고, 기획이 힘든 프로젝트일지라도, 우리는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팔레 드 도쿄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오히려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익히 볼 수 있는 전시와는 다른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작품을 걸고 설치하는 일반적 전시의 형태와 화이트 큐브의 정형화된 틀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법을 늘 모색합니다. 어떻게 전시가 새롭게 쓰여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팔레 드 도쿄는 100여 개의 기업 브랜드와 42개의 파트너십을(2015년 기준) 통해 많은 협업을 진행해왔으며, 2014년 유러피언 컬쳐 브랜드 어워드(European Cultural Brands Awards)에서 가장 혁신적인 문화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업 브랜드와 예술의 협업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오늘날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과 기업 브랜드의 협업은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영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예술 분야)에게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재정적인 면에서도,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팔레 드 도쿄의 경우, 총예산의 약 65%가 기업들과의 협업을 비롯해 레스토랑, 서점 등을 통해 충당되는, 자율적이며 독자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타 국립미술관이나 박물관과는 달리, 팔레 드 도쿄는 파리시(Ville de Paris)가 경영주인 하나의 기업체이자,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기업처럼 팔레 드 도쿄를 계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팔레 드 도쿄는 문화예술분야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밖으로 나아가 영역을 확장시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기업 브랜드에 관해 큰 흥미와 관심을 갖는 아티스트들도 많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후원하고자 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우리는 예술과 기업의 협업을 통해 창작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층의 관객들과 아티스트들을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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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총 15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고 80만 명 이상이 방문했을 정도로 팔레 드 도쿄는 명실상부 현대예술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팔레 드 도쿄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며, 향후 계획하시는 프로젝트들이 있습니까?
팔레 드 도쿄는 프랑스 문화부에서 창설한 기관으로서, 우리가 수행해야만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바로, 국적과 상관없이 세계의 훌륭한 인재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소개하는 일이죠.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팔레 드 도쿄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와 같은 국제예술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소개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들을 지탱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는 부분입니다. 또한 모뉴멘타, 비엔날레와 같이 일 년에 한 번씩 국제적인 예술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예술교육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레 드 도쿄가 전시 공간만이 아닌, 교육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아뜰리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 작가들이 직접 주관하는 형태의 새로운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내년을 목표로 신설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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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02년부터 시작된 파리 백야축제(Nuit Blanche)가 프랑스를 넘어, 세계 각 도시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 파리 백야축제의 예술감독으로도 참여했는데요. 백야축제의 소개와 올해 테마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백야축제가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백야축제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로 나와 예술작품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공공예술축제입니다. 10월 첫째 주, 토요일 밤부터 새벽까지 열리는 백야축제는 마치 꿈을 꾼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합니다. 백야의 순간 동안 생생하게 경험한 것들은 몇 시간 후인 그 다음 날에는 꿈을 꾼 것처럼 흐릿해집니다. 덧없고 일시적인 순간들입니다.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법이죠. 단순히 공공장소에 예술작품을 놓는다면, 그것은 백야축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백야축제는 예술작품을 통해 시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시민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그 의미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15회를 맞은 파리 백야축제의 테마는 ‘사랑의 여정’입니다. 약 2백만 명의 시민들이 예술작품들이 수 놓인 센느강변을 따라 파리 시내를 순례했습니다. 이것은 현대예술을 향한 시민들의 사랑 고백입니다.

Q. 최근 몇 년간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를 통해 한국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업들을 직접 보셨을 텐데요. 당신이 바라본 한국의 현대예술은 어떠합니까?
한국의 현대예술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서구적 문화의 영향과 세계(국제)적인 문화의 영향이라는 두 개의 흐름 속에서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5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의 예술은 오늘날 굉장히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시대를 대표하는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죠. 팔레 드 도쿄에서도 예술가 이불을 비롯해, 최근에는 파비옹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아영 작가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저는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기존의 예술기관과 갤러리의 틀에서 벗어난 굉장히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형태의 예술작품과 갤러리들을 많이 봤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자리 잡는 이런 비정형적인 형태의 예술적 흐름들은 흥미롭고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젊은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사람들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대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에 대해 반대하십시오. (Contraire à ce qu’il faut faire, contraire à ce que les autres font.)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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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Frédéric Louc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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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Frédéric Louc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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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Frédéric Louc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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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Cheik/CNDp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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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Cheik/CNDp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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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Cheik/CNDp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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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ntre)ouverture du Palais de Tokyo (Paris), 12 & 13 avril 2012.
©Cheik/CNDp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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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Numen/For Use, Tape Paris, 2014
Photo : Numen/For Use -
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Numen/For Use, Tape Paris, 2014
Photo : Numen/For Use -
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Photo : André 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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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Photo : André 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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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Photo : André 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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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Photo : André 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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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l’exposition « Inside », Palais de Tokyo (20.10.14 – 11.01.15).
Photo : André Morin
Profile

프랑스 출신의 미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장 드 르와지는 프랑스 문화부 산하 고등교육기관인 에꼴 뒤 루브르(École du Louvre)에서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 후, 1983년부터 1986년까지 프랑스 현대미술 지방재단, 프락-페이 드 라 루아르(FRAC: Fonds Régional d’Art Contemporain-Pays de la Loire)의 디렉터를 맡으며, 프락 디렉터들의 연합을 창설했습니다.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가 총리로 재임했던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문화부에 소속되어, 역사기념물과 문화재의 현대적 해석에 관련된 임무들을 수행한 바 있으며, 뒤이어 1989년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 님(Nîmes)에 위치한 카레 현대 미술센터(Carré d’Art)에서 전시기획을 총감독했습니다. 1990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에서,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에서 큐레이터로 역임했고 2011년부터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파리 백야축제 2016(뉘 블랑슈: Nuit Blanche) 역시 예술감독으로 참여했습니다.
Art Insight: 글로벌 문화예술계 리더가 전하는 동시대 예술의 한 발 앞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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