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IMG

Art Insight #13: 크리스 더컨

테이트 모던 관장

크리스 더컨

Making the Art more Modern

Installation shot of <IK Prize 2015: Tate Sensorium with Francis Bacon’s Figure in a Landscape> 1945 Tate. Purchased 1950 ⓒ Tate Photo by Joe Humphrys/Tate Photography

“프로듀서 토니(Tony the Producer)!” 현대미술을 리드하는 인물 중 하나인 크리스 더컨 테이트 모던 관장은 자신의 별명에 자부심을 내비칩니다. 미술관이란 단순히 작품을 내걸고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장소가 아니라 영상을 만들고 집필을 하고 전시를 꾸리며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미래를 창조하는 곳이라 믿는 그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 머문 동안 개최된 모든 전시를 통해 열정을 드러냅니다.

2016년 뉴 테이트 모던 오픈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크리스 더컨(Chris Dercon)은 넓은 사고의 얼개를 가지고 분명한 일 처리로 정평난 인물입니다. 런던에서 베를린으로, 한국에서 다시 런던으로 종횡무진 하는 더컨 관장을 런던과 서울 한복판에서 직접 만나 테이트 모던의 전시철학과 새로운 테이트 모던의 역할 그리고 한국현대미술과의 인연과 계획에 대해 물었습니다.

테이트는 ‘도시 속의 도시’입니다.
테이트는 마치 아고라 같고, 관념들의 마켓 플레이스와 같습니다.
- 크리스 더컨 -

Paulina Olowska <Re-stage of ‘The Mother’> 2015 Collage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Q. 21세기, 테이트 모던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지 한 마디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우리는 ‘테이트’라고 불리는 그룹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이트는 세인트 이브와 리버풀 그리고 런던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으로 구성됩니다. 그중 2000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의 역할은 런던에 있는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 각지에서 모이는 관객들에게 런던의 동시대성에 대한 개념, 특히 시각예술에서의 시대성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테이트 모던이 생기기 전 런던에는 아주 작은 규모의 기관만이 모던과 동시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동시대 예술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주최이자 다양한 관객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써 흥미로운 대중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아주 민주적이고 흥을 돋우는 장소일 뿐 아니라 탐스럽고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곳은 굉장히 기념비적이면서 대중적인 공간임과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의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시하고 언급하는 곳입니다.

John Piper <Photograph of shop front of Garnett and Hallmey, possibly in Derbyshire> c.1930s-1980s Black and white negative 60×85mm Tate Archive. Presented by John Piper, 1987 ⓒ The Piper Estate TGA 8728/1/8/131

Q. 2016년 뉴 테이트 모던이 오픈합니다. 세계 미술계의 기대와 관심이 뜨겁습니다. 새 전시공간이 기존 공간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테이트는 도시 안, 하나의 도시입니다. 테이트는 마치 아고라 같고, 관념들의 마켓 플레이스와 같습니다. 2000년 개관한 메인 건축과 2016년 6월에 오픈할 새 건물, 또 더불어 2013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탱크스(The Tanks) 역시 이런 개념을 뒷받침하는데, 테이트 모던이 꾸준히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이유는 바로 공공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테이트 모던은 공공공간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사유화되고 오염되고 비싸지는 이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테이트에서만큼은 자유를 발견합니다. 이건 일종의 ‘공동화되는’ 장소인 셈입니다. 공산주의화가 아닌, 공동화 즉 모두가 함께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Barbara Hepworth <Self-Photogram> 1933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Tate ⓒ Bowness

몇 해 전 우리는 관람객들에게 ‘테이트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테이트를 찾는 이유로 진정한 예술의 경험을 꼽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테이트를 찾는 이유로 ‘만남‧접촉의 장소’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표현들과 마주하고 어떤 것들을 함께 나누면 기존에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2000년에 개관한 미술관은 더욱 확장됩니다. 이는 다양한 예술 오브젝트들과 예술 관념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 콜렉티브로 작업하는 작가들과 개인작가들 외국인들과 내국인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연결시키는 접점을 만든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테이트 모던은 굉장히 민주적인 장소입니다. 이 민주주의가 지닌 섹시함은 건축가들에 의해서도 재현되는데, 그들이 창조한 공공공간을 보십시오. 도심에서 테이트를 찾을 때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 뮤지엄으로 입장합니다. 동쪽에서 올 때는 터바인 홀을 지나오는데, 그곳에는 에스컬레이터, 다리 그리고 테라스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도시 속의 도시’라 표현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새로 개관할 공간 역시 예술작품을 위한 더 많은 공간 그리고 걸어 돌아다닐 수 있는 더 광활한 공간들을 완성할 것입니다. 테이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술관입니다.

Sturtevant <Warhol Flowers> 1990 Silkscreen and acrylic on canvas 2950×2950mm MMK 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Photo: Axel Schneider ⓒ Sturtevant Estate Paris

Q. 테이트 모던의 미래는 어떤가요? 어떤 면에서 다른 미술관과 차별점을 지니는지 직접 말씀해 주시겠어요?

테이트 모던의 미래는 대중과 함께 갑니다. 오늘날 작가들은 더 이상 충격이나 슬픔, 혹은 고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19세기 예술, 특히 한국의 60-70년대 아방가르드 아트 등은 복싱경기와 같았습니다. 작가들은 기존의 것들에 대항하고 사회에 대항하고 취향에 대항했습니다. 이런 복싱 개념은 매우 중요했고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지 예술가끼리만의 복싱이 아니라 관객들을 끌어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이와 같은 맥락으로 테이트 모던의 미래는 질문들을 자아내고 묻는 것이라 대답하겠습니다. 우리는 ‘구글’이 답변하지 못할 질문들을 합니다. 대중들과 대화를 형성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만들고 상상 그 이상의 답변들을 얻어냅니다. 그러니까 테이트 모던의 미래는 관객들과 함께, 그리고 관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단지 인기에 연연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고, 우리는 그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며 다른 삶의 방식을 형성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말입니다.

David Bomberg <In the Hold> c.1913-4 Tate. Presented by the Friends of the Tate Gallery 1967 ⓒ Tate

Q. 테이트 모던은 대단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커미션 역시 터바인 홀에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의 전시로 구현됐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미술관과 기업 간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입니까?

기업과의 협업, 콜라보레이션은 가장 핵심에 놓인 이슈입니다. 만약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공유해야 합니다. 사업체와 산업체들 또한 우리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굉장히 불안정한 세계에 살고 있고 기업의 고객과 미술관의 관람객들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도 변합니다. 그리고 같은 이슈와 같은 의문점을 들고 일어섭니다. 정체성, 성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 궁극적으로 내 삶의 질에 대한 의문들 말입니다. 이러한 이슈들은 사업체와 문화기관 둘 다에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질문에 다채로운 대답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작가입니다. 그런 까닭에 기업과 기관들은 작가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관람객들과 상호작용합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을 작품에 끌어들이며 말입니다. 기업과 미술관의 협업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린 모두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거기엔 분명 희망이 존재합니다. 대화를 형성함으로써 생겨나는 희망 말입니다. 많은 작가들과 많은 사람들과 많은 공동체들과의 대화는 모든 것을 협상 가능하게 만들고 비전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방식을 배우고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테이트가 기업과 함께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 이유입니다.

Kiki Kogelnik <Bombs in Love> 1962 Kevin Ryan/Kiki Kogelnik Foundation Vienna/New York

Q.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십은 10년을 약속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렇게 긴 커미션 프로젝트가 미술관과 대중에게 기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은 아주 긴 이야기입니다. 2015년 막 시작했고 앞으로 10년, 11년은 더 지속될 프로젝트입니다. 테이트 모던과 같은 대중 미술관, 공간에게 긴 시간, 즉 지속가능성이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선사합니다. 그것은 인내에 관한 것이고 당장 오늘이 아닌 미래 어떤 것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앞으로 2년, 5년, 그리고 10년 후를 생각하는 현대차와 테이트 모던은 함께 고민하며 지대한 관심을 쏟을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서로를 굉장히 잘 이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파트너십 말입니다. 이 긴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차와 테이트 모던은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첫 번째 커미션,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는 완벽합니다. 왜냐하면, 그 또한 긴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일 무엇이 일어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진정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이라 봅니다. 진실을 공유하고 내일의 태도를 공유하는 것, 이것이 진리입니다. ■ with ARTINPOST

  • Sturtevant <Warhol Flowers> 1990 Silkscreen and acrylic on canvas 2950×2950mm MMK 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Photo: Axel Schneider ⓒ Sturtevant Estate Paris

    Sturtevant <Warhol Flowers> 1990 Silkscreen and acrylic on canvas 2950×2950mm MMK Museum fu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Photo: Axel Schneider ⓒ Sturtevant Estate Paris
  • Paulina Olowska <Re-stage of ‘The Mother’> 2015 Collage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Paulina Olowska <Re-stage of ‘The Mother’> 2015 Collage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 Paul Nash <Letter from Paul Nash to Margaret Nash 4 July 1913> Document-correspondence Tate Archive Gift of Anstice Shaw, September 1983 ⓒ Tate Image released under Creative Commons CC-BY-NC-ND 3.0 (Unported)

    Paul Nash <Letter from Paul Nash to Margaret Nash 4 July 1913> Document-correspondence Tate Archive Gift of Anstice Shaw, September 1983 ⓒ Tate Image released under Creative Commons CC-BY-NC-ND 3.0 (Unported)
  • Joan Rabascall <Atomic Kiss> 1968 Acrylic on canvas 1,620×970mm MACBA Collection Barcelona City Council Fund Photo: Tony Coll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5

    Joan Rabascall <Atomic Kiss> 1968 Acrylic on canvas 1,620×970mm MACBA Collection Barcelona City Council Fund Photo: Tony Coll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5
  • Kiki Kogelnik <Bombs in Love> 1962 Kevin Ryan/Kiki Kogelnik Foundation Vienna/New York

    Kiki Kogelnik <Bombs in Love> 1962 Kevin Ryan/Kiki Kogelnik Foundation Vienna/New York
  • Installation shot of <IK Prize 2015: Tate Sensorium with Francis Bacon’s Figure in a Landscape> 1945 Tate. Purchased 1950 ⓒ Tate Photo by Joe Humphrys/Tate Photography

    Installation shot of <IK Prize 2015: Tate Sensorium with Francis Bacon’s Figure in a Landscape> 1945 Tate. Purchased 1950 ⓒ Tate Photo by Joe Humphrys/Tate Photography
  • Richard Eurich <The Landing at Dieppe> 19th August 1942 1942-3 Oil paint on wood 1,219×1,753mm Tate

    Richard Eurich <The Landing at Dieppe> 19th August 1942 1942-3 Oil paint on wood 1,219×1,753mm Tate
  • John Piper <Photograph of shop front of Garnett and Hallmey, possibly in Derbyshire> c.1930s-1980s Black and white negative 60×85mm Tate Archive. Presented by John Piper, 1987 ⓒ The Piper Estate TGA 8728/1/8/131

    John Piper <Photograph of shop front of Garnett and Hallmey, possibly in Derbyshire> c.1930s-1980s Black and white negative 60×85mm Tate Archive. Presented by John Piper, 1987 ⓒ The Piper Estate TGA 8728/1/8/131
  • David Bomberg <In the Hold> c.1913-4 Tate. Presented by the Friends of the Tate Gallery 1967 ⓒ Tate

    David Bomberg <In the Hold> c.1913-4 Tate. Presented by the Friends of the Tate Gallery 1967 ⓒ Tate
  • Barbara Hepworth <Self-Photogram> 1933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Tate ⓒ Bowness

    Barbara Hepworth <Self-Photogram> 1933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Tate ⓒ Bowness

Profile

크리스 더컨

Chris Dercon Director, Tate Modern photo by ARTINPOST

크리스 더컨(Chris Dercon)은 벨기에 출신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입니다. 1980년대 뉴욕현대미술관 PS1(MoMA PS1)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독일 하우스데어쿤스트(Haus der Kunst), 네덜란드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디렉터를 역임했고,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와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2011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관장으로 취임할 당시 “making the Tate more modern”이라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취임 첫해 테이트 모던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성공적인 관장 데뷔식을 치른 더컨은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7년, 베를린의 폴크스뷔네 극장(Volksbühne theatre)으로 터전을 옮길 그는 현대예술 발전에 여전히 기여할 것입니다.

View more i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