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12: 아담 D. 웨인버그
휘트니미술관 디렉터

미국미술을 대표하는 자긍심

뉴욕을 넘어서 세계를 이끄는 미술관 중 하나이자 미국미술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미트패킹 갱스부르 거리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갱스부르는 첼시 지역에서도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성지이면서도 아직은 관광객들이 점령하지 않아 한가로운 구역인데요. 지난해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의 대규모 회고전 이후 약 1년간 휴식기를 거쳐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프리츠커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설계로 화려하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미술관을 방문한 퍼포먼스 아티스트 오노 요코(Yoko Ono)가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극찬하는 등 휘트니의 새 행보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드높습니다.
휘트니의 대규모 소장품 중에서 190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6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선별해 아낌없이 내놓은 개관전 <America is hard to see>를 내걸고, 외관, 내부, 계단, 쉬어가는 공간 및 테라스까지도 꼼꼼히 신경 쓴 모양새를 물씬 풍기던 휘트니미술관의 중심에는 2003년부터 휘트니미술관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아담 D.웨인버그(Adam D.Weinberg)가 있습니다. 재개관에 대해 “미국의 예술과 예술가들을 폭넓게 아우르며 지지하겠다는 설립자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의 취지, 이는 곧 휘트니미술관의 DN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비전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우리 휘트니미술관의 컬렉션입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낸 웨인버그에게 휘트니미술관의 비전과 목표, 미술관과 기업과의 관계, 한국미술에 대한 견해에 대해 물었습니다.
뉴욕은 위대한 미술관들의 도시입니다. 각 미술관은 독특하고 의미 있게 풍성한 문화적 풍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합니다. 휘트니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살아있는 작가에 특별히 집중한 미국미술에 대한 헌신입니다. - 아담 D. 웨인버그 -

Q. 휘트니미술관의 재개관 소식은 한동안 한국 현대미술계까지 뜨겁게 달궜습니다. 많은 사람이 미술관을 직접 보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개관한 소감이 어떠신지요?
다운타운에 새 미술관을 오픈하고 대중과 기자, 미술계로부터 대체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있어 흥분됩니다. 여러 해 동안 업타운에 멋진 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더 큰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1966년에 업타운 빌딩을 오픈할 때까지만 해도, 휘트니 컬렉션의 작품은 2,000여 점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2만 2,00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둔 예술을 창조해낼 수 있는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을 작가들에게 제공하는 데 적합한 건물이 디자인됐습니다. 크고 단단한 전시 공간을 얻었을 뿐 아니라, 교육센터, 극장, 페이퍼 스터디 센터에 대한 작업들뿐 아니라 크게 확장한 보존실까지, 휘트니에 필수적인 최상급의 것들을 얻었습니다. 야외 테라스를 포함해서 새 건물의 전시 공간은 이전 건물의 두 배 가량 넓어졌고, 컬렉션을 전시하던 갤러리 공간의 크기는 세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미술관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크게 성장한 규모는 휘트니가 전시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게 했고, 유명한 영구 소장품들을 훨씬 많이 보여줄 수 있게 했으며, 더 많은 관람객을 맞을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가 순조로운 첫 출발을 했다고 느낍니다.

Q. 재개관전 기획은 어떻게 완성됐습니까? 새로운 오픈을 앞두고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이며, 또 그것이 어떤 효과를 이끌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개관전은 23개 챕터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정한 주제에 맞게 각 건물이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함께 미국미술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확장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정치, 정체성, 대중문화, 개인의 신상에 대한 주제들을 탐구한 것이지요. 우리는 또한 911 이후, 카트리나 이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처럼 동시대의 역사적 순간들이 만들어낸 예술들을 주시하고, 작가들이 이 관심사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관찰했습니다. 도나 드 살보(Donna De Salvo)의 지휘하에 카터 포스터(Carter Foster), 다나 밀러(Dana Miller), 스캇 로스코프(Scott Rothkopf), 제인 파네타(Jane Panetta), 캐서린 태프트(Catherine Taft), 미아 쿠란(Mia Curran)으로 구성된 큐레이터팀이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이 팀이 처음으로 한 일은 큐레토리얼 부서의 다른 멤버들뿐 아니라 작가, 큐레이터,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협의를 통해 컬렉션에 대한 전례 없는 연구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미술관이 인정한 보물들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잊혀진 작업과 인물을 재발견했습니다. 전 세계와 우리의 컬렉션을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새 건물을 소개하는 멋진 방식이었다고 봅니다.

Q. 뉴욕에는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대미술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에서 각 미술관들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까? 혹시 휘트니만의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뉴욕은 위대한 미술관들의 도시입니다. 각 미술관은 독특하고 의미 있게 풍성한 문화적 풍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합니다. 휘트니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살아있는 작가에 특별히 집중한 미국미술에 대한 헌신입니다. 우리에게 “미국인”이란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살며 작업했던 작가들을 포함하고,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또한 포함합니다. 이에 더해, 휘트니는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라는 예술가에 의해 탄생한 뉴욕 유일의 미술관입니다. 이는 우리 정체성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중요한 목적을 위해 탄생했고, 이것이 지속적인 우리의 지침입니다.

Q. 2016년 휘트니미술관의 주요 기획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현재 미술관의 주요 기획은 어느 시기까지 잡혀 있습니까?
개관전에 이어서, 아치발드 모틀리(Archibald Motley),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자레드 매더레(Jared Madere), 레이첼 로즈(Rachel Rose)의 전시가 2015년 가을에 오픈합니다. 테 웨스트리히 와그너(Thea Westreich Wagner)와 에단 와그너(Ethan Wagner)가 기증한 500여 점이 넘는 방대한 기증품들을 축하하는 전시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로라 포이트라스(Laura Poitras), 소피아 알-마리아(Sophia Al-Maria), 스튜어트 데이비스(Stuart Davis),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데이빗 보나로비치(David Wojnarowicz)의 전시를 가집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신 독자분들은 우리 웹사이트(www.whitney.org)를 찾아주길 바랍니다.
Q. 현재 미술관은 어떤 기업과 협업 관계에 있습니까? 기업이 미술관에 커미션을 할 때 가장 중점에 둬야 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술관 정부 지원이 제한적인 미국에서의 기업 보조는 필수적입니다. 기업은 미술관에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즉 전시, 공공 프로그램, 교육 계획 등 우리가 이미 하는 일들을 지원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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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휘트니미술관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 특히 외국에서 온 관람객에게 미술관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가령 “우리 미술관에서 어떤 것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해주세요.
각각의 방문자들은 미술관을 찾을 때 그들 각자의 경험을 창조합니다. 미술관을 관람하는 데는 어떤 정해진 방식도 없습니다. 호기심을 가장 끄는 작품에 당신 자신이 반응하도록 그냥 두면 됩니다. 많은 관람객이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작품을 보길 즐깁니다. 이 두 작가는 휘트니와 가장 밀접한 유대를 갖는 작가이며, 그들의 작품을 우리 상설전 갤러리에서 지속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기쁩니다. 선호 작을 보는 것에 더해, 우리는 관람객들이 새로운 작가들을 발견하기를 원합니다. 새 건물의 늘어난 규모는 관람객들이 이전에 본 적 없는 것들을 휘트니에서 찾도록 이끕니다. 이를테면 한 세기를 아우르는 미국미술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우리 컬렉션에 기반을 둔 획기적인 전시들을 볼 기회를 얻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관람객들에게도 대단한 이점일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와 작가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관람객들은 또한 모든 방향에서 환상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야외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요. 동쪽으로는 엇갈린 옥상이 있고, 서쪽으로 허드슨 강, 남쪽으로 자유의 여신상, 북쪽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곳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미술관을 찾는 분들에게 독려하고 싶은 건,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매일 진행하는 전시 투어, 교육 프로그램, 퍼포먼스 등에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Q. 한국 현대미술에 관해 관심이 있습니까?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과연 누구이며 왜 그에게 관심을 갖는지 설명해주세요.
2014년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한 건 행운이었습니다. 번성하는 생기 넘치고 흥미로운 동시대 아트씬을 볼 수 있어 흥분됐지요. 저로서는 ‘새로운’ 예술과 ‘새로웠던’ 예술, 두 가지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당시 방문 기간 동안, 몇 개의 현대미술 갤러리와 미술관들을 찾았고, 특히 기억에 남는 김성환의 설치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한국 작가는 김수자와 서도호 입니다. 두 작가는 휘트니 영구 소장품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Q. 현대미술은 점차 경계가 없어지고 보다 글로벌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동시대 아트씬이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신나는 일입니다. 우린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방식으로 작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국제적인 교류의 일부가 되길 원합니다. 휘트니는 이미 많은 해외 기관들과 멋진 관계를 맺고 있고, 교류 전시를 위해 협업하기도 하고, 우리가 추앙하는 작가들을 더 많은 관람객에게 노출하고자 작품을 빌려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테 웨스트리히 와그너와 에단 와그너의 수집품은 컬렉터에 의해 퐁피두센터와 휘트니에 기증된 작품들입니다. 미국과 비미국인 작가들을 아우르는 작업들로 두 기관이 연속적인 전시를 할 예정인데, 휘트니에서는 올해 11월 20일에, 퐁피두센터에서는 다음 해 6월 9일에 각각 오픈합니다. 작업이 수집되는 방식과 어떻게 글로벌 아트씬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 전시가 말하는 바가 많다고 느낍니다.
Q. 당신은 동시대 미술계의 주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 미술을 사랑해서 오로지 미술에 매진하는 젊은이들에게 충고 한마디 해주세요.
미술계에 있는 젊은 작가들이나 학생들에게 건넬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열린 마음을 유지하라는 것과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고 배우라는 것입니다. “여행하고, 읽고, 창조하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집중하고, 용기를 갖고, 진실하라.”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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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rior view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from Gansevoort street Photographed by Ed Lederm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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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rior view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from Gansevoort street Photographed by Ed Lederm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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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Photograph ⓒ Nic Leho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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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Early Sunday Morning> 1930 Oil on canvas 89.4×153cm Purchase, with funds from Gertrude Vanderbilt Whi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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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Henri <Gertrude Vanderbilt Whitney> 1916 Oil on canvas 126.8×182.9cm Gift of Flora Whitney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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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ichel Basquiat <Hollywood Africans> 1983 Acrylic and oil stick on canvas 213.5×213.4cm Gift of Douglas S. Cr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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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 June Paik <Magnet TV> 1965 Modified black-and-white television set and magnet 98.4×48.9×62.2cm Purchase, with funds from Dieter Rosenkr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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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Johns <Three Flags> 1958 Encaustic on canvas 77.8×115.6×11.7cm Purchase, with funds from the Gilman Foundation, Inc., The Lauder Foundation, A. Alfred Taubman, Laura-Lee Whittier Woods, Howard Lipman, and Ed Downe in honor of the Museum's 50th Annivers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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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Before and After, 4> 1962 Acrylic and graphite pencil on linen 183.2×253.4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purchase, with funds from Charles Simon 71.226. ⓒ 2015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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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H. Quaytman <Distracting Distance, Chapter 16> 2010 Screenprint and gesso on wood 62.5×101.3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purchase, with funds from the Painting and Sculpture Committee 2010.54. ⓒ R. H. Quaytman
Profile

아담 D. 웨인버그는 브랜다이스 대학(Brandeis University)에서 학사학위를 받았고,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캠퍼스(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비쥬얼 연구 워크샵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9년 휘트니미술관에 처음 함께 한 이래 2003년 10월부터 휘트니미술관의 디렉터를 맡은 그는 임기 기간 동안 야요이 쿠사마, 조지아 오키프, 에드 루샤, 제프 쿤스 등 다양한 국제 예술가들의 전시를 총괄했습니다. 특히 교육프로그램으로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에서 드라마틱한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2015년, 규모를 늘려 재개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장본인입니다. 웨인버그는 현재 앤디 워홀 시각예술재단(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스톰 킹 아트 센터(Storm King Art Center), 콜비 컬리지 미술관(the Colby College Museum of Art) 등에서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며 미술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Art Insight: 글로벌 문화예술계 리더가 전하는 동시대 예술의 한 발 앞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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